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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눈물

아담의 눈물

이동환 (지은이)
  |  
한솜미디어(띠앗)
2017-11-25
  |  
12,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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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눈물

책 정보

· 제목 : 아담의 눈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594801
· 쪽수 : 264쪽

목차

들어가기 전에 _ 005
들어가면서 _ 006

여는 시 : 잠풀 _ 010

프롤로그 _ 012

1부 : 처연한 날들의 시작 _ 015

2부 : 하늘에서 온 편지 _ 053

에필로그 _ 255

저자소개

이동환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에서 태어나 국어 강사를 거쳐 2017년 현재 입시 논술 강사로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먹고사는 일에 휘둘려 먼 길을 돌 수밖에 없었다. 운명처럼 써야 했던 초고를 깁고 더해 드디어 첫 소설『아담의 눈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펼치기

책속에서

아내가 떠났다.
텅 빈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음습한 공기가 잔인하리만치 울대뼈를 짓눌렀다. 온기야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떨어질 만큼 뚝뚝하고 구리터분한 냄새가 사정없이 코끝을 강타했다. 현관 등을 켜면 보를 씌운 에어컨이 거실 끝에 길장승인 양 떡 하니, 선뜩한 낯빛으로 위세를 드러냈다.

아내가 있을 때는 상상도 못 할 꼴이었다. 냄새에 민감한 아내는 조리할 때마다 한겨울이라도 사방팔방 문 열어놓고 환기를 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거실은 물론 방마다 편백 기름으로 직접 만든 향초를 켜놓았다. 평상시에도, 말려서 가루로 낸 편백 열매와 이파리를 망사 주머니에 넣어 여기저기 보물찾기처럼 박아두었다.

집안에 들어서면 으늑한 냄새가 코끝으로 늘 감돌았다. 온 집안에 일상처럼 부드럽게 번지던 기분 좋은
향내는 아내가 떠난 뒤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내 집이 아니었다. 내 명의지만 이 집 주인은 아내였다.

아내 숨소리와 손길에만 익숙한 집. 제 주인 앞에서만 꼬리 치며 애교 떠는 애완동물도 이 정도는 아닐 터. 그렇지 않고서야 나 또한 이 집 식구가 분명한데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내몰 리 없다. 아내가 사라지자 내 존재가치도 사라져버렸다. 이 집은 주인 잃고 넋 놓은 충견이었다.

식음을 전폐하는 개도 있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한사코 내 출입을 불편해했고 눈 마주치기를 거부했다.
이제 집안 어디에도 아내 웃음소리는커녕 그림자조차 남지 않았다. 첫눈에 홀려 가슴놀이가 두방망이질 치던 순간부터 함께한 삼십 년 세월 또한 고스러졌다. 명치끝을 훔파며 아무리 도리질 쳐봤댔자 아내 떠난 집구석은 얼음장일 뿐이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무에 그리 서운했는지, 아내는 살내마저 남기지 않았다. 술에 취해 아무 데나 고꾸라지면 악몽이 숨통을 조였다. 잠자리에 드는 일이 두려워졌다. 술기운을 빌리지 못한 날은 거의 뜬눈으로 뒤척이다 해를 맞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뼈마디마다 고삭을 판이었다.

희붐한 어둑새벽이 창가를 기웃거릴 때면 무섬증 같은 적막감이 엄습했다. 눈뜰 때마다 이젠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날이 갈수록 믿어지지 않는다.
오늘이 12월 1일. 벌써 사십구 일째다.

- 본문 <프롤로그> 중에서


섬뜩할 만큼 휑뎅그렁한 거실에서 소파에 붙박인 듯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문득 베란다 쪽으로 눈길을 준다. 그새 중천을 가르고 거실까지 틈입한 늦은 햇살이 꽤 지분대며 앙잘거린다. 베란다에는 고풍스러운 작은 탁자와 의자 세 개가 고즈넉한 자태로 햇빛을 반사하고 있다. 탁자 위 쟁반과 엎어놓은 찻잔 세 개에 쌓인 먼지가 금가루처럼 빛난다. 먼지만 빼고 아내가 늘 좋아하던 그림이다.

거실과 베란다를 트면서 아내는 가족 카페를 차리겠다며 들떠있었다. 아담한 꽃밭까지 만들어놓고 틈만 나면 매만지느라 바빴다.
“당신 이제 제발 일찍 좀 들어와요. 녹차든 약주든 저 카페에서 우리 둘만의 시간을 자주 갖자고요.”
내게는 베란다 카페에서 아내랑 담소 나눈 기억이 정작 별로 없다. 한참 동안 베란다 카페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아내가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꽃밭은 주인을 잃더니 꼬락서니가 처참했다. 시들고 썩어 제 빛깔 잃은 화초는 그렇다 치자. 건드린 적도 없는데 화분마다 금 가고 깨지고 엉망이었다.

아무리 아내 손길이 떠났어도 그렇지. 저들끼리 물고 뜯고 싸운 것도 아닐 텐데 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양푼에 물을 받고 행주를 챙겨 베란다로 향했다. 찻잔과 탁자나마 정성스레 닦기 시작했다. 쏟아
지는 햇볕이 못내 부담스러웠다. 12월이지만 베란다 가득 들어앉은 낮볕이 봄 햇살 못지않았다. 블라인드를 내리다가 문득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둔치 곳곳에 운동하며 해바라기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햇살이 좋아서겠지.

아내는 베란다에서 안양천과 둔치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을 아이처럼 좋아했다. 5년 전, 이 아파트를 천신만고 끝에 장만해 이사 왔을 때 아내는 춤을 췄다.
“당신 고생했어요. 꿈만 같아요. 생전에 전세살이 못 벗어날 줄 알았거든요.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 갖은 빚 다 갚고 대출 없이 우리가 집을 샀어요. 와우! 고마워요. 우리 자영 아빠 예뻐 죽겠어! 호호호!”

아내가 내 엉덩이를 마구 두드렸다. 그런 아내를 부둥켜 당긴 채 심장 뛰는 소리를 주고받을 만큼 오랫동안 안아줬다.
“당신이 더 고생했지. 고마워할 사람은 나야. 당신 뒷바라지 덕에 여기까지 왔어. 사실 나도 안 믿겨. 아무리 생각해도 다 당신 공이야.”
“제가 한 게 뭐 있어요? 다 당신이 강의하랴 교재 집필하랴 밤낮으로 고생한 덕분이죠. 저 이제…, 집 꾸미는 데 신경 쓸 거예요. 베란다 카페에 꽃밭도 만들래요. 이것저것 살 게 너무 많아요. 생전 처음!”

아내는 안 그래도 천생 웃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눈뜰 때마다 입이 정수리까지 걸려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틈만 나면 베란다 카페에서 화초 가꾸기에 여념 없었다. 오랜 세월 돈 못 버는 남편 탓에 아끼는 게 몸에 밴 아내가 이것저것 통 크게 사들이는 모습도 처음이었다. 이제야 가장 노릇 제대로 한 듯싶어 아내 밝은 표정 볼 때마다 나 역시 행복했다.

아내는 나이 들수록 소녀 같은 구석이 있었다. 베란다 창밖 경치에 흠뻑 빠져 블라인드를 걷을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볼 게 뭐 있다고 만날 저리 좋을까?’ 하며 픽 웃었다. 아내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집에 대해 한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혼 전셋집을 내가 친구 빚보증으로 날려 먹고 반지하나 옥탑방 월세로만 8년여, 싸구려 전세로 13년 가까운 세월을 전전했으니 어찌 한이 없을까.

아내는 눈뜰 때 가끔 볼을 꼬집었다. 집 장만이 꿈이냐 생시냐 했겠지. 집 장만 이후, 원래도 부지런한 아내는 더 바지런을 떨었다.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온 집안이 반짝거리도록 문질러대고 베란다 꽃밭 가꾸느라 정신없었다. 그래도 내가 안 일어나면 둔치 나가 걷자고 성화를 부렸다. 나를 들깨우다 지치면 혼자 나가 한 시간씩 걷기 운동하고 들어왔다. 들어올 때 보면 얼굴이 화사했다. 만개한 꽃잎처럼 활짝 웃는 모습은 그냥 아이였다.

“당신도 참! 그놈의 술만 아니면 아침마다 그렇게 정신 못 차리진 않을텐데. 둔치 나가 운동하면 얼마나 좋아요? 새벽부터 부부끼리 운동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부러워 죽겠어!”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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