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753055
· 쪽수 : 656쪽
· 출판일 : 2010-12-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숙청의 교실
2부 그리운 친구여
3부 안녕, 친구여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범인의 고백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는데, 저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아니, 잊었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닌지도 모르겠군요. 애써 잊으려 노력했고, 간신히 가슴 저 밑바닥에 묻어두고 있었던 일이지요.
그런데 20년이나 지난 지금 왜 갑자기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느냐. 한 신문기사를 본 게 탈이었습니다. 잊으려 애쓰던 기억이 그 기사로 인해 되살아나면서 복수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것이지요.
그놈들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습니다. 얼굴은 천진난만한 아이지만 잔인하기로는 어른들 뺨을 치고도 남았습니다.
황폐한 절의 묘지 바로 옆에 학교가 세워졌다는 것에도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학교 주위에는 오직 이 절 하나뿐, 인가도 하나 없다. 마을 중심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으로 주위에는 보리밭이 펼쳐져 있다. 뒤편의 산이 주는 으스스한 인상을 중화시켜주는 것이 있다면 온통 푸르른 저 보리밭일 것이다. 보리 잎이 바람에 흔들려 사각사각 독특한 소리를 낸다.
보리밭 안의 학교라. 나쁘지는 않다.
그나저나 이 반은 왜 이토록 무기력한 걸까? 수업시간에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은 공허하기만 했다. 교과서를 볼 때도 눈이 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얼굴만 교과서로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질문을 해도 누구 하나 자진해서 나서는 법이 없었다. 내가 지명을 해도 “몰라요” 한마디뿐. 물론 반장인 아키바 다쿠마나 부반장 쓰지무라 히토미는 공부를 잘하니 지명하면 대답은 잘하지만 스스로 손을 드는 일은 결코 없다.
단맛 빠진 껌을 끝도 없이 씹고 있는 듯한, 참 따분한 수업이다. 게다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교실 안을 뒤덮고 있다. 바늘로 찌르면 뻥 터질 것만 같은 위험한 긴장감이라고 할까. 폭풍이 몰아닥치기 전의 고요 같은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