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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753482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11-07-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빨간색의 원점
2부 이인의 꿈
3부 태내 회귀
4부 유령 작가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맡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다. 그 아이의 목소리인가. 집에 돌아온 건가. 귀를 기울이자 바람이 창문을 흔드는 소리만 들렸다. 환청이었던 모양이다. 요즘에는 자나 깨나 그 아이 생각뿐이다. 창문 너머로 달이 보였다. 그 아이도 어디선가 저 달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살아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 것이다.
얼른 돌아오렴, 제발.
그러자 어디선가 “어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준짱!” 그녀가 소리쳤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동굴에서 기어 나오자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보였다. 맑디맑은 달빛이 땅바닥에 패치워크 같은 모양을 그려놓았다. 공기 속에 가을 기운이 짙게 감돌고 있다. 어디선가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어머니.”
하지만 거의 혼자 중얼거린 그 목소리는 바로 옆에 사람이 있었더라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
고개를 쳐들고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목에 가래가 걸렸다. 이제는 가망이 없을 것 같다.
“마음 약해지면 안 돼.”
어머니가 멀리 떨어진 도쿄에서 끊임없이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아, 그건 나도 알지만…….”
고개가 힘없이 늘어지며 또 말이 끊겼다. 손끝에 마른 나뭇가지가 닿았다. 손가락이 반사적으로 그 나뭇가지를 잡고 자신이 하고픈 말을 땅바닥에 쓰려고 했다. 며칠이나 비가 오지 않아 땅바닥은 단단했다. 남은 미약한 힘으로 건조한 땅바닥에 글자를 새겨 넣기는 힘들었지만 끈기 있게 한 글자씩 써나갔다. 복잡한 한자보다는 가타카나가 더 쓰기 쉽다.
“어머니, 도와줘요, 제발…….”
<빨간 구두>의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의 입이 저절로 “빨간 구두를 신고 있던 여자아이……”의 선율에 맞춰 움직였다. 문득 오래전에 가정부로 일하던 할멈이 옛날 노래들을 부르며 자신을 달래주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할멈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 살아 있다면 아마 여든이 넘었을 것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자신의 과거가 한순간 되살아났다.
나는 고등학교부터 하쿠산학원에 다녔기 때문에 고마쓰바라 준하고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습니다. 봄 축제 때 학생 게시판에서 “추리소설을 주체로 한 창작 모임을 결성합니다. 뜻이 있으신 분은 적극 참가해주십시오”라고 적힌 포스터를 보고 흥미를 느껴 그에게 연락한 겁니다. 방과 후에 그가 지정한 1학년 B반 교실로 가보니 벌써 네 명이 모여 있더군요. 리더인 듯한 약간 빼빼하고 신경질적으로 생긴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게 고마쓰바라 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