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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2015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4-04-2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손금 보는 밤 ―― 13
백사마을 ―― 15
가르마 의혹 ―― 16
하지정맥류 ―― 18
포도 넝쿨 아래 ―― 20
원초적 본능―고드름 ―― 21
청동거울의 노래 ―― 22
웃음들 ―― 24
느린 우체통 ―― 26
종의 기원 1―시의 진화에 대한 짧은 상상 ―― 28
아라홍련, 그대에게 ―― 30
첫눈 오는 밤의 패러디 ―― 32
소멸을 꿈꾸며 ―― 33
수밀도 ―― 34
순환도로 위에서 ―― 35
제2부
사냥꾼 ―― 39
이모를 경배하라 ―― 40
네모난 여자 ―― 42
카페 suicide ―― 44
드라이버스 하이 ―― 46
Touch me softly ―― 48
마블링 ―― 50
캐슬 ―― 51
어느 줌마렐라의 25시 ―― 52
김밥 천국 ―― 54
찾습니다 ―― 56
폼페이의 밤 ―― 58
카페 피라미드 ―― 60
대화 ―― 61
제3부
아틀라스 ―― 65
송곳니 ―― 66
어느 여자 시인의 진료기록부 ―― 68
몸 공화국 ―― 70
키싱 구라미 ―― 71
타임캡슐 ―― 72
오래된 시간 냄새 ―― 74
가위 눌리다 ―― 76
빗방울 무덤 ―― 78
다큐멘터리 ―― 80
종의 기원 2―직립 ―― 82
폭설 ―― 84
노을 ―― 85
파문 ―― 86
제4부
배롱나무 저 여자 ―― 89
새조개의 눈물을 삼키다 ―― 90
포근한 요양병원 ―― 91
마지막 학교 ―― 92
나의 메리제인 슈즈 ―― 93
백모란 꽃잎 떨어지고 ―― 94
아까시 꽃 피면 ―― 95
몽골시편―테를지 별밤 ―― 96
6월, 부풀다 ―― 98
덩굴장미 ―― 99
쇠똥구리 ―― 100
나쁜 남자 ―― 101
플래시 오버 ―― 102
시간을 놓치다 ―― 104
내 책은 얼마나 두꺼울까요 ―― 105
해설
유성호 자기 회귀와 시원의 꿈을 그리는 시적 페이소스―이영혜의 시 세계 ―― 106
저자소개
책속에서
손금 보는 밤
타고난다는 왼 손금과
살면서 바뀐다는 오른 손금을
한 갑자 돌아온다는 그가 오르내린다.
그렇다면 양손에 예언서와 자서전
한 권씩 쥐고 사는 것인데
나는 펼쳐진 책도 읽지 못하는 청맹과니.
상형문자 해독하는 고고학자 같기도 하고
예언서 풀어 가는 제사장 같기도 한 그가
내 손에 쥐고 있는 패를
돋보기 내려 끼고 대신 읽어 준다.
나는 두 장의 손금으로 발가벗겨진다.
대나무처럼 치켜 올라간 운명선 두 줄과
멀리 휘돌아 내린 생명선.
잔금 많은 손바닥 어디쯤
맨발로 헤매던 안개 낀 진창길과
호랑가시나무 뒤엉켰던 시간 새겨져 있을까.
잠시 동행했던 그리운 발자국
풍화된 비문처럼 아직 남아 있을까.
사람 인(人) 자 둘, 깊이 새겨진 오른손과
내 천(川) 자 흐르는 왼손 마주 대본다.
사람과 사람, 물줄기가 내 생의 요약인가.
물길 어디쯤에서 아직 합수하지 못한
그 누구 만나기도 하겠지.
누설되지 않은 천기 한 줄 훔쳐보고 싶은 밤
소나무 가지에 걸린 보름달이
화투장처럼 잦혀져 있다.
하지정맥류
언제부턴가
엄마의 다리에 검푸른 길이 솟아올랐다
곧 바닥을 드러낼,
경작할 수 없는 칠순의 폐답(廢畓)
가늘어진 팔과 다리 창백한 살빛 아래
드러난 고지도(古地圖)를 읽는다
저 길을 밟아 밥을 벌어 오고
수십 번 이삿짐을 옮겼을,
저 길에서 나의 길도 갈라져 나왔을 것이다
이제 길은 옹이처럼 툭툭 불거지고
점점 좁아지며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마도 앙상한 저 생의 무늬는
내가 다 갉아먹고 버린
낙엽의 잎맥
파삭파삭 금세라도 부서져 내릴 듯한
위태로운 길을 따라가며
잠시 내 발길을 되돌려 보는데
어느새 내가 밟아 온 길들이
내 팔뚝과 정강이에도 퍼렇게
거미줄처럼 인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