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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2480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5-11-0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브로콜리 주관적인 브로콜리 13
무반주 첼로 소나타 15
우리는 얼룩 17
드라이플라워 19
프러포즈 21
줄넘기 하는 여자 23
본색 25
즐거운 킬힐 27
물집들 28
키위 속의 잠 30
결 32
제2부
양배추로 만든 기분 37
양파 39
운동장 41
갯벌체험 43
데칼코마니 45
핑킹가위 46
2인용 레일바이크 타기 48
연인 50
람부탄 51
제3부
허공의 사생활 55
허공 한 켤레 57
풀리고 있는 오전 59
금요일 61
바람개비 63
공일 65
사라지는 결의들 67
환절기 68
레이스 69
풍선들 71
역방향열차 73
갈라진 바닷길을 걸었다 75
장마記 76
깃털 78
허공에는 각이 있다 80
비상구가 없다 82
말뚝 84
가지마다 서랍처럼 은밀한 파동이 들어 있다 86
제4부
외출을 벗다 89
저수지 91
춤 93
다국적 요리 95
걸음을 먹었다 97
가지치기 98
고여 있는 잠 99
삼각비에 대한 101
단단한 의자들 102
숲 104
늪 106
해설
홍용희 _풍경의 현상학 108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지마다 서랍처럼 은밀한 파동이 들어 있다
가지마다 붙어 있던 소리들을
나선의 밑동으로 밀어 넣고
새들이 푸른 귀를 찾아 날아갔다
펄럭거리던 그늘이 떨어진 소리를 다 싸서 가고
가끔 햇볕의 뼈대만 흔들리고 있다 어디선가
날아온 비닐이 머플러처럼 가지를 감고
남아 있는 몇 장의 귀가 따뜻한 소란을 듣고 있다
나무의 소임은 햇볕의 등에
그늘을 붙였다 떼는 일
엽록의 달팽이관에 새들의 졸음을 재워주는 일
가지마다 서랍처럼 은밀한 파동이 들어 있다
햇빛 두어 채 개켜두거나 혹은
새들의 사서함이거나 노숙하는 구름이 묵어갈 서랍들
따뜻하라고
은색의 머플러가 감겨져 있다
늙은 오동나무는 늙은 바람의 목덜미이다
무거운 귀를 툭툭 흘리고
맨몸으로 서 있는 은밀한 서랍이지만
봄이 오면
푸른 귀들이 빼곡, 차오르겠다
우리는 얼룩
창으로 들어온 순한 햇빛이 꽃무늬 벽을 타고
나비의 자세로
어룽거린다
유리는 투명하고 객관적이지
투명한 바탕 위를 날개의 감정이 헛딛는 것처럼
약속이 비켜 나간 손가락들 틈에서
얼룩이 자란다
온통 얼룩을 기워 입고 사는 말을 본 적이 있니?
얼룩말의 눈빛을 기억하니?
얼룩과 얼룩 사이에는
경계가 살지
두려움은 얼룩 속에 숨어서 자라나고 두려움을 먹고 얼룩은 화려해져서 얼룩을 입은 사람들로 세계는 번져가네
TV 화면에는
모자를 쓴 여인이 모자이크를 들썩이며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울먹인다
축축한 물질들은 쉽게 어두워져
안으로 스미는 습성이 있지
울음의 속을 뒤집어 보면
끝물 같은 흐느낌이 묻어 나올 것 같아
오늘의 날씨는 구김이 많고 신축적인 페이즐리 패턴이라고 했니?
날씨에 상관없이 우리는
약간의 울음과 무늬가 필요해
사람들의 손에는 매일 매일 클렌징크림이 들려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