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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1247633
· 쪽수 : 584쪽
· 출판일 : 2025-12-16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제인 오스틴 연보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을 펴내며 • 김선형
책속에서

유언장이 공개되자, 유언장이라는 것이 대체로 그렇듯 기쁨만큼이나 크나큰 낙심을 안겼답니다. 물론 조카로부터 영지를 빼앗을 정도로 노신사가 부당하거나 배은망덕했던 건 아니에요―다만 영지의 상속에 따르는 여러 조건들이 있었고, 그 때문에 상속분의 가치가 절반은 뚝 잘려 나갔을 따름이에요. 헨리 대시우드 씨는 본인이나 아들보다도 아내와 딸들을 위해서 영지를 물려받기를 바랐었거든요―하지만 영지는 그의 아들과, 지금 네 살인 그 아들의 아들 몫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생계 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가족들에게 그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어요. 영지를 분할해 나눠 줄 수도 없고, 귀한 숲을 처분할 수도 없었지요. 영지 전체가 통째로, 부모와 함께 놀랜드에 간혹 놀러 올 때마다 귀염을 떨어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어린아이의 몫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거든요. 두세 살짜리치고는 별로 대단치도 않은 매력, 말하자면 혀 짧은 소리 내기, 제 맘대로 하겠다고 생떼 쓰기, 온갖 교활한 잔꾀 부리기, 엄청나게 시끄럽게 울어대기 등등의 애교가, 수년에 걸쳐 질부와 조카손녀들이 바친 세심한 보살핌과 배려의 가치를 훌쩍 상회해버린 거예요.
존 대시우드 부인은 남편이 동생들에게 베풀고자 하는 친절을 전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소중한 아들 몫에서 삼천 파운드나 빼내버린다면 아이가 얼마나 끔찍할 정도로 궁핍해지겠어요. 부인은 남편에게 제발 다시 생각해보라고 졸랐습니다. 친자식, 그것도 외동아들에게서 그런 거액을 빼앗고는 나중에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냐고요. 대시우드 자매들이 그 재산을 누릴 권리가 대체 어디 있느냐고요. 겨우 이복동생들일 뿐인데, 그건 부인의 기준에서는 친척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거액을 너그럽게 베풀 수가 있느냐고요. 잘 알려진 바대로, 엄마가 다른 아이들끼리는 아무 정도 없는 사이가 아니냐고요. 그런데 이복동생들한테 돈을 다 줘버리고 자기 신세도, 우리 불쌍한 아가 해리의 신세도 망치려 하는 거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