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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2633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16-04-0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고요라는 이명 13
마블링 14
식탁의 형식 16
비 오는데, 타조 18
뢴트겐의 정원 20
안데르센 나의 안데르센 22
고물 집하장 25
틱 26
오리 28
너무 빠른 질문 30
개미귀신 32
중첩 34
스파티필룸 36
나비공황 38
주머니 속에 말이 40
제2부
낭새 45
드라이아이스 46
마트로시카 48
변방 53
유츠프라카치아 56
먼지잼 58
달 60
조류원 62
칼새는 오렌지로 불리지 않는다 64
팥떡 먹는 여자 66
명품수리소 68
계속되는 단추 70
창 72
제3부
아직 지하다 77
이상한 책 78
타 죽은 개 80
태몽 82
투입구 84
나는 벌레가 무섭다 86
마우스 호모 88
말편자 수집가 90
가시거리 92
냉장고 속의 눈사람 94
똑같은, 정말 똑같은 96
바코드 이끼 98
침대 100
센트럴파크 화보 102
무늬가 있는 보자기 104
제4부
기억의 고집 107
석이石耳 108
풍선 110
카페 도시 선언 112
우박 114
암말 116
땀 118
오랫동안 모자 120
붉은 손 122
증명사진 124
얼음치마 126
가끔씩 비상구 128
센서 130
해설
유성호 -‘시’를 향한 ‘다른 목소리’의 진정성 132
저자소개
책속에서
뢴트겐의 정원
부서지고 금 간 곳을 들여다보며
또 다른 세계를 발견했다
살과 뼈, 그 사이로 여전히 흐르는 피는
X선 사진 속에서 어둡다
어둠 속에서 뼈의 줄기들이 빛난다
빛나는 것들이 환하게 길을 열어 보인다
부러진 뼈마디, 철심 박힌 척추,
피맺힌 갈비뼈에서 자라는 꽃들
시속 백사십 킬로의 자동차에서 튕겨져 나온
몸의 흔적은 무성했다
살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잎사귀들
진흙 속을 헤집고 나온 푸른 꽃들
살갗을 뚫고 날아갈 것만 같은 은빛 나비들
잠에서 깨어나는 애벌레들, 눈이 부시게
오랫동안 몸속에 불이 켜져 있다
부러진 뼈마디에 뿌린 씨앗들이 꽃을 피운다
살아 있는 시체의 얼굴을 한
핏빛 냄새를 풍기는 붉은 정원
형광 불빛 아래서 살아나는 낮은 신음들을
하나씩 벽에 건다
벽에 걸린 채 살아나는 신음들을 만지며
달아난 세계를 본다
너무 빠른 질문
한마디 말을 밀어 넣고 너를 반죽한다
질기게 늘어나면서 너는 긴 문장이 된다
너무 빠른 질문, 나는 네게 어떤 존재?
너무 느린 대답, 너는 내게 어떤 존재. 그러면 너는
밑도 끝도 없이 포옹으로 다가선다
어딘가에서 온 그가 반죽을 주무른다
그의 손안에서 나는 옮겨졌다
나는 여러 곳에 있어야 했다
침묵 속에서 한숨 속에서 그의 말과 잠 속에서
변경된 주소 아래 살도록 허락받았다
빵의 나라 빵의 동네 빵의 집 빵의 이름
나를 꺼내가는 그가 나를 굽기 시작했다
살갗 위로 녹아 흐르는 설탕들
구워지며 익어가는 나는 뜯어 먹기 좋은 빵
한 겹씩 벗겨내던 밤의 그가
아침의 나를 꺼내놓고 반죽을 시작한다
질기게 늘어나는 나는 반죽
뒤죽박죽 꼬여 다시 긴 문장이 된다
너무 느린 질문, 너는 내게 어떤 존재?
너무 빠른 대답, 나는 네게 어떤 존재. 그러면 나는
겹겹의 이불로 포개져 밤의 얼굴로 눕는다
밀담을 나누는 밀사들처럼 오랫동안 수군대는 방
숨 막히게 나는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해가 걷기 시작했고 그 뒤를 달이 걷기 시작했다
누렇게 뜬 낯빛으로 모여 사는 황인종들의 영토,
그 문장 속을 걸을 때마다
내 뒤에서 나는 잠깐씩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