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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3531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7-12-18
책 소개
목차
제1부
도요와 영산댁 13
고라니 15
灞橋尋梅 16
5cm의 비밀 18
대장경, 두 장 19
두보초당에서 21
말 항아리 22
모릅니다 24
바람을 해독하다 25
분청 다관 26
새는 새, 나무는 나무 27
열 시 28
오어吾魚 29
최북미술관에서 30
재선충 32
까치밥 33
제2부
정자항구 37
갈까마귀 38
갈까마귀 2 39
갈까마귀 3 40
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 41
꾀꼬리눈물바다 43
두렁박을 갖고 놀다, 업이 되다 45
연기 46
유리산누에나방 47
이끼 48
적요 한 토막 49
현관 50
반구대암각화 52
158병동 5호실 54
암각화 55
호랑거미 56
제3부
망우정에서 59
3cm의 간격 61
누르다 63
모두 지평이다 65
물자라 66
홍수 68
빙경 69
선글라스로 본 로마 70
설해목雪害木 71
엄마, 말이 안 나와 72
청도 소싸움 73
카멜레온 74
지하철 안에서 75
화강 76
보스포루스 해역 77
황산에서 78
제4부
변산바람꽃 81
간극 82
겸상 84
그때는 몰랐다 85
너무 작은 방 86
며느리밥풀꽃 88
무화과 89
백설기 90
봉분 91
사자평 93
서울 하늘 아래 94
장독 한 조각 95
참새고기 96
화수회花樹會에서 98
박새가 우는 동안 100
해설
이형권 ‘오래된 미래’를 향한 여정 102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
1
해 지고 달 뜨는 것과는 상관없다
순환, 회전, 무대만이 존재한다
육각형 나사 하나가 내 자리를 지탱한다 투명한 나무들이 밀려온다 누군가 밀고 있는 것이다 적당한 속도로 밀어야 해 잎이 돋고 수맥 돌고 하나의 잎은 또 다른 잎을 밀어내고 한 개의 나사는 또 다른 나사를 엮어내지 시시포스의 선물, 가시에 선혈이 튀기도 하지 살아 있다는 거 생각할수록 살기 위해 그 무대로 뛰어드는 거야 회전은 순종, 블랙홀처럼 빨아 당기지만 튕겨 나와야 살 수 있다는 걸 썩지 않는 소금을 썩게 하고 투명 나무가 뿌옇도록 돌아가게 하지 회전, 그 너머 이빨이 자라지 뇌腦, 심心 그사이 회전 벨트와 몸 사이, 호수에 빠진 금화 세 닢
2
고니에게 물갈퀴를 돌려준다
신발을 갈아 신는다 내 몫의 시간이 당도하면
바퀴 달린 상자에서 뿔이 돋는다 거푸집에 석고를 붓듯 딱딱한 몸은 내 몸이 아니다 뇌수가 흐르는 말랑한 몸. 뇌, 바람, 마음, 노을로 각각 조립된 몸, 간섭 없는 언제나 순종하는 입자가 성근, 유장한 강물처럼 흐르는 네 자유가 커질수록 내 자유가 훼손당하는 아니 현재는 1초, 0.1초, 0.001초만이 현재. 촉 닿는 너비만큼 과거가 돼버리는
바람을 탄다 표면에 깃털이 돋는다 달짝지근한 단백질을 먹고 얼굴은 순간 화석이 된다 그 새의 발이 다음 발자국을 밀어낼 때의 보폭 그 속에 들어 있는 걸 안착하는 곳에 색이 스며들지 수면은 늘 그렇게 일정한 파문만 허용하지 그렇게 몸은 제각각 조각이 나지 적당히 부푼 바퀴가 돌고 점점 얇아지는 나만의 시공. 마침내 성곽, 무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