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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3708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8-05-14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자장가 13
씨앗 14
흔적 16
가면의 힘 17
허물어지다 18
무심코 20
떠도는 피 21
자전거 22
숲 옆 길갓집 24
통로 26
마음 28
잎 29
골목 30
목숨 31
최면술사 32
제2부
욕망은 가시가 있다 39
흔적은 기억해 40
마이미스트 42
묵은 헤비메탈을 들으며 45
내 곁에서 46
슬픔은 깃털이 있다 48
벽 안의 물고기 50
체취 52
안과 밖 54
반성 56
사물 58
몸속의 거미 60
저녁 바람에 젖어 62
천국보다 낯선 64
사금파리 66
제3부
물들다 69
떠돌다 70
그 여자 71
해 질 녘의 대화 72
세기 후라이드 볼트 74
미각의 생生 76
생生 78
어느 날, 문득 79
저 먼 그곳 80
재회 81
낙엽 82
책 83
최면의 세상 84
종점 86
그늘을 품은 꽃 88
제4부
무게 91
나 92
거울 93
모서리 94
잠 96
길 건너 이발소 97
간단한 식사를 위한 간편한 레시피 98
멍게 100
불안의 유희 101
추억 102
비 오는 첫눈집 104
틀 106
양식 108
B의 화실 109
해설
오홍진 내 마음을 가로지르는 타자의 목소리-11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이미스트
이른 새벽 마당으로
새가 날아들었어.
어린 나는 신비한 새의 날갯짓을 훔쳐보았어.
행여 날아갈까 가슴 조이며
새의 등은 코발트블루로 빛났어.
어두운 수풀 그늘에서도
눈에 띄는 새의 날개는
숨길 수 없는 마음 같았지.
누구를 향하는 마음이 그토록
환하고 선명했을까.
엄마는 집을 나갔어.
구겨진 편지처럼 버려져
하염없이 배가 고팠어.
책상 밑에 숨어
쥐처럼 허겁지겁
땅콩버터를 퍼먹었어.
달콤하고 느글거리는 식감이
배 속에 눌어붙을까 걱정됐지.
밥과 영혼은 정비례해.
수없는 다리를 흔드는 그리마가
온몸에 달라붙어서
몸뚱이가 타버리지 않는 이상
마음을 먹어치울 것 같았지.
인생은 가시밭길이고
사랑도 다 거짓말이야.
피딱지가 붙은 입술
허공에 걸린 거울 속에 붙은
정교하게 쪼개진 마음.
몸은 사랑을 기억하지만
마음은 밥에 가 있어.
밥풀에 엉겨 붙은 심장이 말해.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는
아무도 들을 수 없어.
몸을 웅크린 채로
시간이 흘러가도록 버려두었어.
나비의 수명은 한 계절이야.
기면서 한 계절
매달려서 한 계절
흉측한 몸을 비우고 바꿔
겨우 보름을 날아
그래서 나비의 날갯짓은
소리를 뱉지 않고도
시간을 전달하는
꼭 그만큼이야.
나는 입술에 지퍼를 달았어.
말은 침묵 속에 갇혔어.
글썽
저 언덕에 나무 한 그루
글썽거리고 서 있습니다.
나는 오래도록 그 모습을 못 잊어
한 번씩 가서 봅니다.
젖배 곯은 아이의 궁핍이
나무의 모습에 스몄습니다.
옷자락 차마 잡지 못하고 보낸 쓸쓸함도
나무의 그림자에 스몄습니다.
우주는 천천히 돌지만
못한 이야기를 다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