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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4972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0-06-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봄, 꽃
거룩한 평화
당신은, 누님이라고 부르는군요
벚꽃
봄밤
유리창 풍경
윤 동냥치
향기
이문역에서
목, 숨
바다가 내린다
반지하방의 추억
비
뽕밭에서
산책 2
산책 3
황금룡
시작
여름, 기억
초여름, 매미
한 울음
화해
해 따라가기
가을, 은행잎
나는 초콜릿
어느 가을날
가을에 살다
눈, 길
나는 걷는다
이상한 나라
눈, 꽃
제2부
거시기
귀지
그 흔한 저녁 풍경
꽃별
꽃을 함부로 꺾는 이에게
나 없는 동안
노을
달리자, 캔디
도서관에서
바람이 사는 곳
바위
발레버러지
시
사막에서 살아남기
생의 한가운데
손금
송아지
시간의 집
시선
시녀에게
싱거운 놀이
안개
어떤 나무
얼룩
우리
애인
유년의 집
으슬으슬 혹은 아슬아슬
이별
이퀄
인도 바라나시에서
작은 새를 위하여
음악
잠
정든다는 것
종이 벌레
주목 나무와 여관
죽음
집 2
첫 기억
최 씨 할아버지
틈
피아노
흐른다
할머니 젖, 무덤
해설
문종필 너무 걱정하지 마요
저자소개
책속에서
작은 새를 위하여
햇빛을 잡아당겨
흰 빨래를 탈탈 털어 가지런히 말리자
이것을 참회라 부르기로 하자
돌돌 청소기를 돌려
집 안 구석구석에 있는
먼지를 모아
새의 부등깃을 만들자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하자
흰쌀을 씻어놓고
그 위에 호랑이콩을 집어넣어 밥을 하자
그 콩을 화성에서 자라는 나무의 열매라고 속이자
이것을 헌신이라 부르기로 하자
감자, 당근, 양파, 쇠고기를 잘게 썰어
물을 넣고 끓이다가
순한 맛 카레 가루를 넣고 휘저어 보자
참 내 젖 한 방울도 양념으로 넣어보자
이것을 희생이라 부르기로 하자
싹싹 먹은 그릇들과 숟가락들을
개수대로 들고 가
거품을 튀겨 가며 요란스럽게 부시자
이것을 리듬이라 부르기로 하자
크기와 모양 색깔이
제각각 다른 이불과 베개들을
방마다 깔아놓고
좋아하는 동물 인형들을 하나씩 던지자
이것을 평화라고 부르기로 하자
작은 새들이
뒤척이다 짐승들과 함께 잠이 들면
되도록 예쁜 꿈의 씨앗들을 어두운 하늘에 뿌려보자
이것을 희망이라 부르기로 하자
시계 속의
큰 톱니바퀴와 작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쉴 새 없이 돌아갈 때마다
그 안에 살던 쥐새끼들이 쪼르르 나타나
내 콧등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작은 새들이
내 두 어깨를 조금씩 쪼아
점점 둥그스름한 언덕을 만들고 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기로 하자
시인은 흰 빨래를 털어 가지런히 말리는 일을 참회라고 부른다. 집 안 구석에 쌓인 먼지를 모아 새의 부등깃을 만드는 행위를 사랑이라고 부르고, 영양가 있는 흰쌀밥을 짓기 위해 콩을 넣는 행위를 헌신이라고 부른다. 카레를 만들다가 “참 내 젖 한 방울”을 넣는 행위를 희생이라고 부르고, 힘 있게 설거지하는 행위를 리듬이라고 말한다. 이불과 베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곳에 동물 인형을 던지는 행위를 평화로 간주하고, 작은 새들이 날 수 있도록 예쁜 소망을 꿈꾸는 행위를 희망이라고 노래한다. 이러한 의식적인 행동은 마지막 연에서 의미가 증폭된다. 쥐새끼들이 “내 콧등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 것과 작은 새들이 “내 두 어깨를 조금씩 쪼아” 먹는 것이 “둥그스름한 언덕”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화자의 이러한 의식적인 행위는 현실의 틀어짐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극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애정이 간다.
―해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