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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5757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1-09-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지렁이 가는 길이 꽃길이다 13
멸치 14
세신洗身 16
완성의 시간 18
보름달 19
청사포를 걷는 법 20
분주한 평상 22
구절초 연가 24
지워진 시간 26
흔들리는 것 28
올레 리본 30
문학을 한다 32
위 아 몽골리안! 34
차단 36
매물도 어떤 때 38
제2부
아랫목 밥그릇 41
어머니의 뒤란 42
그리운 살냄새 43
하얀 당신 44
늙은 당신 46
에미의 젖가슴 48
먼 집 49
그녀가 들려주는 자장가 같은 50
고요한 잠자리 52
애가哀歌 54
어떤 그리움은 만 년을 넘기지 56
그리운 이는 58
그녀의 레시피 60
아기 병 62
병원에서 64
제3부
길상사吉祥寺 67
보공補空* 68
솔방울 하나 70
칠산포에서 71
별고을 72
단어들이 떠나갔다 73
가파도에선 74
그리운 것들은 76
꽃그늘 77
방신芳信 78
목련꽃 연가 79
단풍 편지 80
평사리 부부송夫婦松 82
그리움의 자리 84
양말을 개며 85
제4부
그녀의 연보 89
남한산성 93
작가 연보를 보며 94
옥수수 96
엄나무 98
광화문을 걷다 100
김수영 102
이중섭 104
음주의 뒤끝 105
권오현 형 106
함덕에서 108
저걸 뭣이라 불러야 하지? 110
동병상련 112
동지冬至 114
가을 이사 115
네게 가는 길 어디쯤에 나는 서 있네 116
해설
홍용희 둥근 완성의 시간과 자성의 언어 118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떤 그리움은 만 년을 넘기지
나 죽거든 제주도 사계 바다에 뿌려 줬으면 해. 유분遺粉이라고 티 내지 말고 지퍼락 같은 데다 조금만 담아 가서 슬쩍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 보렴. 아 3일장葬이니 뭐니는 신경 쓰지 말고 나중에라도 시간 날 때 시간 되는 형제끼리만 걷기 좋은 조거팬츠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그래 선글라스도 꼭 챙겨야지.
사계 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멀리 형제섬이 보이고 사람 발자국 화석이 있는 곳이 있을 거야. 거기 근처 아무 데서나 마지막으로 나를 보내 줘.
1만 년도 더 되었다는 발자국 작은 이들을 만나면 물어볼 거야. 어떤 그리움이었길래 만 년을 훌쩍 넘겨 지금도 가고 있냐고. 만 년이 가도 변치 않을 눈길로 너희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형제섬 쪽으로 흘러갈래. 이렇게 나란히 서 있기로 한 것 아니었냐고, 끝까지 같이 서 있지도 못할 거면서 한 배(腹)에는 왜 태어났느냐고 일찍도 등 돌려 버린 이의 등짝 철썩철썩 후려치면서
길 끝에는 종鐘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긴 산방산 서 있지. 툭 치면 그 속 오래오래 울릴 것 같은. 살다 힘들 때면 저물 무렵 산방산 별빛 아래 앉아 가만히 귀 기울여 보렴. 그러면 어디선가 네 이름 오래오래 부르고 있는 긴 맥놀이소리 들릴 거야.
오래전 키 작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형제섬이 지금도 그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