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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7430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3-11-13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추신追伸 13
기억의 무게 14
순례 중에 보낸 편지 16
구부러진 슬픔 19
바람의 말(馬) 20
배웅 21
Yogo의 고흐 22
늦여름 기운다 24
금낭화 26
생활 27
몽중인夢中人 28
몰락은 눈부시다 30
윤삼월 33
제2부
돌 37
공휴일 38
동흥 씨氏 약전略傳에 부쳐 40
파란波瀾 42
무월舞月에서 44
설화 46
반란斑爛 47
안행雁行 50
밥 52
실종 53
압화 54
장마 55
택배 56
제3부
미분의 세계 59
빈집 60
입춘 62
수국 64
속수무책 66
나비바늘꽃 68
낙과를 보다 70
하늘매발톱 72
별지 목록別紙目錄 74
제4부
울진 79
오월 82
수원 연화장 83
평형의 힘 84
메멘토 모리 86
대하소설 88
꽃의 기억 91
간절기間節記 92
무명의 등을 걸고 94
골목 96
제5부
개망초 99
석중안익夕中雁翼 100
봄을 살고 겨울로 가고 102
무섬 104
봄, 날다 106
귀소歸巢 108
이윽고 바다에 닿는다 110
바람은 꽃을 기다리고 112
불문부답不問不答 114
해설
김윤배 시인이 서 있는 극점 115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억의 무게
빈집에는 이름을 얻지 못한 풀들 지천이다
문을 열자 낯선 바람이 함께 들어섰다
대숲에 불던 바람은 낯선 이웃처럼 지나가고, 허물을 남겨 두고 떠난 그녀의 집. 세월을 쌓아 온 서랍을 훔치듯 열어 본다
푸른 봄날의 한때였거나 잎새 성성한 여름날에 엮었을 털실 원피스의 마른 얼굴을 만지며, 어류처럼 누웠던 그녀의 숨결과 부피 가벼워지던 날을 본다
비바람에 다 지워졌으리라 여겼지만, 올 빠진 날개를 감춰 둔 서랍 안엔 오랜 무게들이 차곡히 쌓여 빈 어둠을 지키고 있었다
아내의 두 눈은 분홍꽃, 강물 속으로 뛰어든다
봄 햇살 따스한 손길을 받은 아내는 고개를 떨구고 어깨는 오래 들썩였다
찬비 내려 꽃 진 뜰 한켠에 지난해 보이지 않던 수선화
여린 꽃을 피우며 홀로 서 있다
봄날 풍경이 어스름에 지고 달빛은 분홍 꽃잎이 남겨진 뜰 위에서 긴 밤을 홀로 춤추고 있다 서랍을 닫자 여운의 바람도 멈추었다 고요의 기억을 지킨 빈집은 무게를 잃고 귀를 세운 어둠의 영역으로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