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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0499348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2-01-20
책 소개
목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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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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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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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 소리, 진짜 거슬려요.”
그냥 내버려 두면 되는데, 내 입에서 계속 말이 튀어나왔다. 진정해, 진정해. 아직 그날이 아니니까, 진정하라고. 이 짜증스러움은 기분 탓이야.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또 말이 튀어나왔다.
“정말 짜증 나네.”
“아…….”
조금 전과 똑같은 반응. 야마조에 씨가 당황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고작 탄산음료 뚜껑 여는 소리에 이렇게 야단을 떨면 대책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 억누를 길 없는 짜증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탄산음료만 마시지 말고, 일이나 하면 좋을 텐데.”
아아, 심술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다. 자기 입에서 나온 말에 몸서리를 친다.
_ 1
“그렇게 심각해지지 않는 게 좋아요. 공황장애는 10년 20년 걸려서 낫는 사람도 많습니다. 초조하게 굴지 말고, 병과 사이좋게 같이 살아간다 여기고 지내는 게 중요합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10년? 20년? 이 나이에? 체력도 기력도 가장 왕성한 20대가 고스란히 물거품이 된다는 말인가. 10년이나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약의 종류가 바뀌고 용량이 늘었을 뿐이었다.
진료를 받고서 회사에 가려고 역으로 향했는데, 회사에 가는 것도, 전철을 타는 것도, 어제보다 한층 힘들었다.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인도 이유도 없다. 그런데 나는 며칠 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말았다. 치유될 가능성도 전혀 없다.
_ 2
어젯밤, 공황장애에 대해서 정보를 검색하다 미용실과 치과가 최고의 난적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가만히 앉아서 상대의 작업에 몸을 맡기려면 엄청난 긴장감을 견뎌 내야 한다고. 그래서 야마조에 씨의 머리가 그렇게 너저분한 거였다. (중략)
아무튼 머리는 짧아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자른 것은 야마조에 씨 본인이고, 머리 스타일은 엉망이다. 아니야, 시원해졌으니 그럼 됐지, 뭐. 어떻게든 그렇게 믿으려 하다가, 불쑥 생각났다. 2년 만이라고? 2년 만에 웃었다고? 제멋대로 자란 머리보다 그쪽이 더 엄청나다.
_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