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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경제경영 사상가 20인] > 장하준
· ISBN : 9788960519732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추천사
감사의 말
프롤로그: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장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세계화의 정사(正史) | 세계화의 진실 | 신자유주의자냐 신바보주의자냐? | 누가 세계 경제를 운용하는가? |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길 것인가?
2장 대니얼 디포의 이중생활: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영국, 세계에 도전장을 던지다 | 영국 경제의 이중생활 | 미국, 싸움판에 들어서다 | 링컨과 관세와 남북전쟁 | 다른 나라들, 부끄러운 비밀들 |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교훈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자유 무역은 통하지 않는다! | 이론이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 | 국제 무역 시스템과 그 불만 | 농업을 위해서 공업을 희생시키라고? | 무역은 늘리고, 이데올로기는 줄이고
4장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외국 자본이 꼭 필요한가? | 테레사 수녀 같은 외국 자본? | ‘군사력보다 더 위험하다’ | 국경 없는 세계가 도래했는가? |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보다 나쁜 딱 한 가지는…’
5장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재판정에 선 국가 소유 | 국영 대 민영 | 국영 기업의 성공 사례 | 국영화를 해야 하는 이유 | 민영화의 함정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6장 1997년에 만난 윈도 98: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천재는 불이고, 이익 추구는 연료다’ | 존 로와 최초의 기술 ‘군비 경쟁’ | 변호사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다 | 미키마우스, 오래오래 사세요 | 끝을 접은 샌드위치와 강황 | 맞물린 특허의 횡포 | 가혹한 규정과 개발도상국 | 균형을 잡아라
7장 미션 임파서블?: 재정 건전성의 한계
노상강도, 무장 강도, 청부 살인업자 | 물가 상승도 물가 상승 나름이다 | 물가 안정의 대가(代價) | 재정 건전성 정책이 건전하지 않을 때 | 부자 나라는 케인스주의, 가난한 나라는 통화주의
8장 자이르 대 인도네시아: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부정부패는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가? | 번영과 정직 | 시장이 너무 확대되어서 탈이다 |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때 |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 정치와 경제 발전
9장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경제 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문화는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가? | 문화란 무엇인가?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 문화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 문화의 재발명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상파울루 2037년 | 시장에 대항하라 | 제조업이 왜 중요한가 | 집에서는 해 보지 마시오! | 기울어진 경기장이 필요하다 | 올바른 일과 쉬운 일
주
책속에서
서문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의 희생자였다.
1997년 외환 위기는 사실상 김영삼 정부 때 이루어진 지나친, 그리고 지나치게 급격한 금융 자유화의 결과였지만, 국내외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것이 과거의 ‘잘못된’ 국가 주도형 경제 모델 때문이라고 호도하면서 적극적인 개방, 민영화, 규제 완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우선 경제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1인당 소득 기준으로 6%가 넘던 경제 성장률이 2~3%대로 떨어졌다. 경제가 성숙하면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비율이 갑자기 2분의 1 내지 3분의 1로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투자 감소이다. 외환 위기 이후 자본 시장이 개방되면서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어졌고, 이들이 계속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면서 대기업의 장기 투자가 힘들어졌다. 또 외환 위기 이후 국내 금융 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은행 대출에 대한 정부 규제가 없어지자, 은행은 위험이 높은 기업 금융 대신에 ‘앉아서 돈 버는’ 주택 담보 대출이나 소비자 금융을 주로 하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 중에 기업 대출의 비율이 1990년대 초 90% 선에서 30~40% 선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투자가 어려워졌다. 결국 투자율은 국민소득 대비 35% 선에서 30% 선으로 떨어졌고, 경제의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설비 투자는 더 큰 폭으로 떨어져서 국민소득 대비 비중이 외환 위기 이전 14~16% 수준에서 7~8%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투자가 줄어드니 경제 성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프롤로그
한국 경제가 자유 무역 체제라는 일반적인 인식은 한국의 수출 성공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출의 성공은 자유 무역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초기의 (간단한 의류와 값싼 전자 제품 따위) 한국 수출품들은 새롭고 보다 고도화된 산업에 필수적인 선진 기술과 값비싼 기자재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해서 도입된 새로운 산업들을 관세와 보조금으로 보호했는데, 그것은 국제 경쟁으로부터 영원히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산업이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고 조직화하여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의 경제 기적은 시장 인센티브와 국가 관리의 교묘하고도 실용적인 조합이 빚어낸 결과이다. 한국 정부는 공산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을 말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자유 시장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전략은 시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시장이 정책 개입을 통해서 조정되어야 할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이런 ‘이단적인’ 정책으로 부유해진 것이 한국뿐이라면 자유 시장의 주창자들이 한국의 사례는 단순한 예외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가 아니다. 나중에 논의하겠지만,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거의 대부분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배치되는 정책 처방을 토대로 해서 부자 나라가 되었다.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의 본거지라고 여겨지는 영국과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