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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901148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첫 번째 집, 설악면
탈서울
무궁화울타리와 우체부
땅 위에 놓인 집
대책 없는 가난
비밀의 호숫가(사실은 강의 지류)
목욕탕과 화장실
스님과 육포
배추머리 아가씨
달빛카페
산에서 길을 잃다
단란주점과 조폭
이장님과 화가
버스와 인형
눈과 면사무소
문의 집, 포천읍
새로운 집
노란 자전거
영화 촬영
낚시터
소목장과 공장
외국인 노동자
밭과 땀
울타리 만들기
눈 내리는 노천탕
자동차와 재봉틀
숲 속 수영장
지금부터는, 동두천시
조용하고 이상한 곳
작은 외딴 아파트의 전망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
개인전과 단팥죽 손님
물이 흐르고 시간도 흐르고
가난한 이웃
미군과 세트장
공설운동장과 약수터
우정미용실
피아노 교습
작은 동네의 뒷산
조용하고 이상한 도로
집을 짓다, 청운면
땅 사기와 집짓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물론 주변인들에게 이러한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몹시 가난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난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그러려면 지속적으로 약간의 재화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그 재화를 벌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나의 가난은 대책이 없었고, 문을 열면 항상 대기하고 있는 지저분한 털을 가진 개와도 같았다.
-39∼40쪽 「대책 없는 가난」에서
하루는 스님이 저녁나절에 나의 집을 방문했는데 손에 든 까만 비닐봉지에는 갈색 맥주병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을 알고 내게 주려고 술을 사온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스님께서 맥주가 든 비닐봉지를 내밀며 같이 술이나 마시자는 것이었다. 다방커피에 이어 병맥주는 정말이지 스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마저 나왔다.
“스님, 웬 술을? 스님, 술 드셔도 돼요?”
“…….”
게다가 스님이 안주로 사온 것은 다름 아닌 비닐 팩에 든 육포였다.
-58쪽 「스님과 육포」에서
“너는 왜 일을 하지 않지? 일자리가 없어서 그런 거니? 내가 공장 소개해줄까?”
평소에 늘 집에 있는 나를 노는 사람으로 보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이없어하면서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잖아.”
그랬더니 그가 이상하게 여기면서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건 직업이 아니잖아.”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어찌 보면 만의 말이 맞기도 한 것 같았다. 나는 ‘공장에 다녀야 할까?’라는 생각을 잠깐이지만 정말 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봉제공장의 미싱사면 좋겠다고 말이다.
-123∼124쪽 「소목장과 공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