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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60903111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7-04-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허기져서 집에 돌아와 우리 집 요리사 예브도티아의 화덕 위에서 온종일 지글거리는 잼 케이크로 배를 채울 때면 아버지는 종종 내게 물으셨다.
“그래, 오늘은 또 누굴 만났니?”
나는 스물두 마리의 붉은 용을, 검은 바탕에 초록 얼룩무늬 날개를 단 노란 일곱 난쟁이를, 이빨까지 곤두세운 거대한 거미를 열거했다. 모두 한 번의 전투로 무찌른 것들이었다.
아버지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그러나 기억해둬라. 나중에 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진짜 무시무시한 괴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지. 그런 괴물들은 냄새로 찾는 법을 배워야 해.”
나는 그런 조잡한 술책에 절대 속지 않겠다고 아버지에게 약속했다.
“아들아, 우리가 진실에는 결코 맞서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그 진실이 아무리 불쾌하고 위협적이고 잔인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맞서서 모든 걸 할 수 있단다……. 그러면 비참해지지. 감방에 가든지 아니면 더 나쁜 상황에 놓이게 돼. 네 할아버지는 존경받는 부자로 돌아가셨다. 그분은 대중이 우리 비천한 시종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았던 거야. 약간의 환상, 약간의 희망을 기대한다는 걸 말이다…….”
친구 독자여, 그대 또한 이 나이엔 나 같았는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모든 것이 누군가처럼 보였고, 생명 없는 사물들의 존재조차도 대단히 수상쩍어 보였다. 나는 돌멩이 속에도 펄떡이는 심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식물에게도 가족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엄마의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바람에 날아가는 엉겅퀴 솜털도 절교와 이별의 비극을 겪고, 그 아픔의 크기와 쓰라림은 차마 만질 수도 없는 그 가벼움으로 가늠되지 않고, 고통의 법칙은 자연의 어떤 문 앞에서도 멈춰 서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