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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빨강

이여원 (지은이)
  |  
한국문연
2019-12-05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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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책 정보

· 제목 : 빨강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2550
· 쪽수 : 144쪽

책 소개

현대시 기획선 21권. 이여원의 시는 역설의 언어를 근간으로 한다. 역설은 바깥의 강렬한 부딪힘과 관계하면서 내적으로 갈등하는 자의 모습을 간직한다. 이는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탐색과 반응 과정에서 찾아낸 삶에 대한 시인의 태도와 연관된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빨간 장날 10
날개 달린 처마 12
편애 14
물푸레 동면기 16
난청 18
거절의 사전 20
즉흥적 반응 22
롤리타 24
아이스 캐논 26
속눈썹이 떨어지기 전에 28
포맷 30

제2부
외동딸 34
앗! 발이다 36
균형 38
멍 40
이슬의 임계 42
벌거벗은 말 44
물고기 화장술 46
소지燒紙 48
줄넘기 50
휴식의 형량 52
월천의 아이들 54
우리가 눈을 뜨고 있을 때 56
상현달 58
어쩐지 중독 60
눈 62

제3부
종소리와 가시 66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동승한 여행객이다 68
오리의 계절 70
호구狐口 72
저녁을 짧게 말하다 74
피아노 신발 76
흔들리는 책상 78
문어文魚의 인문학 80
창세기 82
잉크 84
유등전언 86
그늘의 뿌리 88
꽃 90

제4부
소금가시 94
고요의 길이 96
금요일 오후 98
오월의 꿈 100
환지통 102
전생의 편지 104
렛미인 106
오른쪽 심장 108
우리의 슬픔이 산만했으므로 110
Morse code 112
봉봉봉縫縫縫 114
그가 또 지르신다 116
활 118
죽음의 방 120

▨ 이여원의 시세계 | 주영중 122

저자소개

이여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진주 출생.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5년 시흥문학상 대상 수상.
펼치기

책속에서

빨간 장날


빨간 장날에는 슬쩍 훔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하늘이 맑아서 예비용 서답이 없는 처녀들은 불안합니다 음전이 할머니도 오늘만큼은 빨간 몸빼를 갈아입고 빨간 장미 무늬 양산을 쓰고 왔군요 빨간색에 민망한 파란 꼭지를 단 파프리카가 파라솔 아래 담겨 있고요

빨간 날은 빨강들이 옹기종기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날은 기상예보처럼 빨간 게 무겁고 가벼울 수도 있습니다 운수처럼. 장날은 빨강 쉼표 같은 날, 아랫배부터 살살 흥이 올라 파장까지 번져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되바라진 처녀들이 올 적마다 주머니가 불룩해져 가고 얼굴은 빨개집니다 초록색 지붕의 범수 아제도 하얀 삼베적삼에 빨간 목수건 걸치고 붉은 팥을 경운기에 싣고 왔군요 모두들 꽁꽁 숨는 빨간색과 드러내는 빨강이 숨바꼭질하듯 합니다

월요일의 빨간 수탉벼슬을 따라가면 빨간 일요일이 나오고 일요일 처녀 일요일 소녀 일요일 폐경들이 왁자한 장날입니다

모든 빨강은 식욕의 끝에서 자라고 있는데 흰 바지 밑에 빨간 양말 아저씨는 왜 나이가 들수록 빨간색을 묻히려고 할까요

구름의 한쪽 끝에서 빨간색이 터집니다
아슬아슬한 나이들이 모여들어 뭉게구름을 만듭니다 빨간 장날이 되면 사르르 아픈 배 챙겨 온 새털구름은 다 흘러가버리고 발을 동동 구릅니다 빨간 고추잠자리 서너 마리가 날고 서쪽으로 뉘엿거리는 하늘빛이 붉습니다


즉흥적 반응


마법 하나 배우고 싶죠

빨간색 가방에 동그라미 색깔을 넣으면 당신은 십분의 일만 명품일까요

마법을 배우려면 마법사보다는 마녀가 더 적합하죠 모자 속이나 빗자루 속이나 또는 동화책 속에 사는 마녀는 동화책 어느 책갈피 샛길을 누빌지는 아무도 모르죠 독학은 어떨까요 붉은 피 속에 푸른 나무를 거꾸로 넣으면 전율, 혹은 소스라칠까요

네 개의 바람 부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악명 높은 마녀가 되겠죠 실크로 만든 채찍은 마법을 지우는 일도 하죠 까마귀 털이 꽂힌 검고 작은 가방 속엔 공기와 흙과 불과 물이 들어 있죠 하얀 표정으로 검은 말을 하는 입 거짓말 길이만큼 뽑혀 나온 혀를 보며 조롱을 일삼기도 하죠

나는 마녀 반복적 저녁을 넣고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끓여요 악행의 재료가 무엇일까요 파란 사과 이빨 빠진 도끼날 빗겨나간 화살 미래의 목을 끊어 입구 속으로 출구를 털어 넣으면 도덕적으로 끓는 찌개는 갈등의 냄새가 나죠 역설이 약병인 나만의 조제법인 셈이죠

바람으로 부풀지도 않고 그렇다고 바람이 빠지지도 않는 동그라미들의 악행 마법은 최초의 화폐쯤 되겠죠


난청


나뭇가지와 흙바닥이 없었다면 문맹률은 한참 더 올라갔을 것이다
봄이었고 중이염을 앓고 있었다
군대에 간 오빠가 귀를 잃은 편지를 보내왔다
오빠의 전사 위로금으로
귓속 가득 쌓인 난청을 들어냈으나
나는 한쪽이 꽉 막힌 사람이 되었다

목련나무들마다 하얀 붕대를 풀고 있었고
한쪽의 실음失音을 얻었다

들리지도 않으면서, 어지러운 방향만 들어 있는 귀
커튼을 닫은 귀
소음들이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있었다
귀를 닮은 꽃들, 소리가 없는 봄이 지나갔다
껍질만 남은 귀에
어둠이 팔짱을 낀 채 옆에서 걸었다
지금도 뒤에서 부르는 소리는
방향이 없다

나의 문자는 흙바닥과 나뭇가지에서 나왔으므로 쉽게 지워지고
쉽게 부러졌다
시든 귀들이 뚝뚝 떨어진 목련 밑
흰 목련꽃을 열고 달팽이관을 꺼내 갖고 놀았다

들리지 않은 귀에는 오빠가 들어 있고 오빠가 작곡한 악보에는 한쪽의 귀가 없었다
나뭇가지에서 나온 낙서를
쓱쓱 문지르고 가는 흔들리는 그늘
슬픔에게 배운 글자에겐 홑받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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