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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2949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1-08-31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하늘 이야기 10
기출문제 11
국수 본색 12
살구꽃 14
송도 그리고 15
연애편지 16
아버지의 치료법 17
아버지 18
활동사진 19
대보름날 20
마음이 탁구공 같다 22
꼬리의 힘 23
고스톱 24
안부 25
편의점 26
오독 28
굿 30
제2부
흙수저 32
부지깽이 33
백수 34
횡단보도 35
욕이 보약이다 36
각도 37
청개구리 38
대가리 39
간신이 꿈이다 40
입술을 대여해 드립니다 41
불심검문 42
헛나발 43
김홍도의 씨름 44
무제 45
손가락 말고 숟가락 46
정체성 47
침묵은 금이 아니다 48
시대 극장 49
입술을 찾습니다 50
제3부
거미 52
만약시 53
물방울 54
저축 55
거스름돈 56
아부학개론 57
빗자루 58
팔랑귀 59
불면증 60
잠꼬대 61
시류(時流) 62
포장 63
상자 64
목소리 65
개똥철학 66
음치 68
딴마음 69
작대기 70
잡초 71
잣대 72
제4부
신 74
다대포 75
그대여 76
분양 77
봄의 봄 78
꿀잠 79
보리굴비 80
하늘 81
세월에 못을 박았다 82
월사금 83
세월 84
간판 85
상부상조 86
꽃은 87
이명(耳鳴) 88
오솔길에 대한 반성 89
▨ 정대인의 시세계 | 권온 92
저자소개
책속에서
편의점
편의점이 슬리퍼보다 많다
슬리퍼로 몇 발자국이면 갔다 올 수 있다
오십여 년 전만 해도 농촌에서는
밀주 단속 때는 십리 길을 주전자 들고
도가에서 막걸리를 받아와야만 했다
아버지는 막걸리 힘으로 일하셨고
등잔불에 석유가 떨어지면 이웃에 빌려 쓰고
팬티 고무줄이 삭아 여유가 없을 땐
오일장 날까지 기다렸다가 돈사서
살 것 사고 갚을 건 갚고 그렇게 살았다
늦은 밤에도 배가 출출하면 슬금슬금
슬리퍼 몇 자국이면 편의점이다
양껏 들고 온다, 아이 손에도 들리고
하지만 편의점이 국민건강을 좀 먹는다
애들은 이빨 버리고 어른들은 배 나오고
편의점과 멀리 두고 살아야 하는데
가까이 살다가 멀어지면 섭섭하겠지!
아이스크림도 생리대도 라멘도 소주도
입술을 대여해 드립니다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사회적인 체면에 손상이 갈까 봐
노심초사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깨소금 같은 희소식입니다
본 기획사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한
당신의 분노를 대신할 수 있는
‘속사포로 무장한 입술’입니다
그 입술을 대여해 드립니다
대여로는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기획 상품이라 저렴한 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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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보장은 기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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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잡초는 귀찮다
고추밭에도 무덤 잔디에도 잡초다
장독간에도 잡초다
뽑고 뽑아도 돌아서면 또 잡초다
끈질기다 잡초는 귀찮다
하지만 미워하지 마라, 잡초라고
아무 데나 뿌리내리지 않는다
잡초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땅은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잡초가
사람보다 한발 먼저 살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들쑤셔보고
자리 잡고 터를 넓히고
키를 키우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잡초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귀찮게 여기지는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