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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은하

장미의 은하

박춘석 (지은이)
한국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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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은하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장미의 은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083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1-12-01

책 소개

현대시 기획선 65권. 박춘석의 세 번째 시집. 주체를 둘러싼 광대한 우주의 유동하는 막막함으로 가득하다. 그 막막함은 밀도 있는 언어로 꽉 채워져서 숨죽이며 읽게 한다. 시 속에 들어앉은 광대한 우주는 주로 허공으로 묘사되는데, 그 허공에서 무수한 존재들이 생성하고 소멸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사유가 종요롭게 펼쳐진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장미의 은하

내재적 평면 12
나무에서 꽃까지 15
장미의 은하 1 18
장미의 은하 2 21
한 마리 원숭이와 여섯 개의 창문 24
어드벤처 26
무의식 30
생각 32
유키 구라모토의 고백 35
악마의 트릴 38
작품집 40
체와 동시에 나타나는 사람 43

제2부 카프카의 나무

벤치 48
카프카의 나무 50
벽 너머 도서관은 확고한 봄이며 개인의 것이다 53
피아노와 바위 56
블록 58
지킬 그리고 하이드 61
어느 곳 빈 의자 64
꽃과 나무 구름 사람이 합해서 한 사람입니다 67
식물의 위쪽 상부 70
창문 72
사람에 도착한 사람 74

제3부 무정부의 나날

불온한 아내 78
무정부의 나날 80
새가 날아간 사람 82
나비 84
자유 86
시간의 양극단 88
꿈속의 사람 91
언덕 94
분열 96
장미의 기원 98
해시계 100

제4부 여름에 있지 않다

내가 지금 사람일까 104
베토벤의 침묵 106
아름다운 거울 108
음악 내부 111
일기 114
사유 116
눈사람 이야기 118
의식 120
봄과 가을 123
시인 126
여름에 있지 않다 128

▨ 박춘석의 시세계 | 박대현 133

저자소개

박춘석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2년 <시안>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는 누구십니까?> <나는 광장으로 모였다>(2017년 문학나눔) <장미의 은하>(2022년 문학나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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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장미의 은하 1

허공에서 땅으로 향해가는, 방향이 전도된 꽃씨가 있었다 중력이 작아서 내려앉았다 일어서는 먼지들

태양의 둘레를 돌아서 원천으로 돌아가는 지구의 뒤를 따라갔다 꽃씨는 땅으로 처음이었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투명한 공기의 아이와 공기의 엄마가 있었다 두 사람의 행동은 공기 속을 빠져나가는 일이었다 공기는 소라고둥의 나선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바깥은 작고 안은 끝없는 소용돌이였다 때로는 공기의 무중력에 떠다녔고 공기의 압력에 자주 넘어졌다 햇살은 호명해야 할 이름이 많았으므로 여러 차례 그들의 이름을 빠트렸다 아이와 엄마는 여러 번 꽃을 향해 가던 길을 멈추고 공기로 되돌아와 변이과정을 되풀이했다 아이와 엄마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아졌다 공기의 입자가 면이 아니라 점이라는 사실에서 그랬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음인지 알 길이 없었다 걸음은 딛고 나면 사라져서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공기 속에 발자국만 미립자로 떠돌았다

아이와 엄마는 변이를 거듭하여 모인 한 사람이었다 발소리이며 햇살이며 비와 바람이며 물상이 잠든 겨울이며

공기는 깊은 평면이며 둥근 구멍이었으므로 공기로 되돌아온 아이와 공기의 몸으로 아이를 안아주던 엄마가 끝없이 되풀이되었다 엄마가 아이를 안을 때 서로 스며서 커다란 하나가 되어갔다

수천억 개의 은하의 둘레를 돌아

요양병원 창문에는 체념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 안으로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해가 뜨면 한없는 희망이

어떤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땅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히고 신발이 떨어져서 버릴 때쯤 발바닥에 솜털 같은 뿌리들이 가득했다

공기는 꽃씨와 함께 땅속에 심겨지고 땅속은 첫걸음을 위해 허공을 도모했다

수많은 미립자들이 점과 선을 이루며 띠를 형성하여 중력을 키워온 숲에서 한 사람, 두 사람…… 차례로 나타났다


시인

내 머릿속에 수천 권의 책이 꽂힌 서가가 있다 현실은 책 표지 같은 바깥이 가득하다 머릿속의 해가 나를 비출 때가 있다 머릿속의 피아노가 노래를 들려줄 때가 있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가끔 본다 겨울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이 보이고 꽃이 보일 때가 있다
창밖에 눈이 온다 새 눈이 아니라 기억 속의 눈이다 어머니와 밥을 먹는데 오래 전의 풍경에서 눈물이 먼 강을 흘러와 현재에서 흐른다

그와 나는 백 년 가까이 살았는데 내게서 사과 향이 난다며 백 년 동안 입을 맞추고 백 년 동안 깊게 포옹을 한다 현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는 사과에서 왔을까 나는 몇 그루 사과나무로 이루어진 사람일까

여름은 여름을 떠난 후 서랍 속에서 꽃씨로 발견되었다 여름이 발견되어도 계절 잠을 자는 식물일 뿐

내가 사람을 떠나려는 것은 나의 사과를 직접 보려는 것이다 피아노는 사물 너머로 향하고, 옆에 서 있던 나무도 한참을 앞서 걸어간다 나무도 제 잎과 꽃을 직접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저를 대면하겠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내어 딛는 발걸음에는 원칙이 있다 피아노의 역사와 나무의 역사와 사과의 역사를 전설이 아닌 현재로 만나, 하나를 이루는 것이다 나는 수년을 사과를 향해 왔지만 사과에 당도하지 못했다 한동안 일행은 무엇에 도착하지 못했다 중간의 피아노와, 중간의 나무와, 중간의 사람을 떠나고 있었다

피아노가 아름다운 노래를 만나는 일, 나무가 잎과 꽃을 만나는 일, 내가 사과를 만나는 일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피아노는 저 너머의 노래를 수없이 만났고 나무는 꽃과 잎을 만났다 나는 사과밭을 지나왔지만 사과와 사람의 거리가 멀어 몇 번을 지나쳤다 지리적인 어떤 거리가 아니라 과수원 철조망이 어느 전생인 듯 종의 경계를 짓고 있었다


자유

나는 나무 이파리와 돌 두 개를 가지고 있다
늘 이파리를 사용하고 싶지만 돌을 자주 사용한다
오늘은 휘날리려는 나에게 돌이 필요하다
침묵이 가득 고인 돌 두 개가 필요하다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누군가 물었다
자유를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라고 답했다
어떤 사람은 책갈피에 꽂힌 풀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 곳으로 가보는 게 자유라고 했다

발에 돌이 묶인 사람
등에 돌을 진 사람
손에 나무 이파리를 꺾어 들고 걷는 사람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다

아픈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발에 돌 하나 묶어주고
등에 돌 하나 올려주며 자유의 성분이라고 말했다
나무 이파리는 돌의 은유라고 말했다

나는 짐이 되어 있고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있고

아버지 어머니가 올려준 돌을 지고 벤치에 앉아 울었다
조금 아는 사람이 옆에 말없이 앉아 주었다
새도 옆에 앉아 주었다

말이 닿을 수 없는 곳
마음만 닿는 곳
아무 말 없이 마음의 세계가 흐르고
무거운 짐과 자유는 나란히 순간씩 교차하며 앉았다

나는 새에 이르지 못했지만 순간 새를 느꼈다
무게를 감당할 만큼의 새는 날아가지 않고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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