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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쓰여진 시

늦게 쓰여진 시

최윤근 (지은이)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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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쓰여진 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늦게 쓰여진 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397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3-07-25

책 소개

최윤근 시인은 시적인 대상이나 사유를 자신이 겪어온 삶의 현실에 밀착해서 발견해낸다. 그가 고민해온 다양한 서사들이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목소리로 발화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생이 집약된 비평의 기록이며, 서사시와 서정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한 그릇의 담시(譚詩)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늦게 쓰여진 시

늦게 쓰여진 시 12
무지개 13
달콤한 유혹 14
달빛 아래서 16
세상은 지금 18
솜이의 슬픔 20
그대와 함께 22
욕망 24
그녀의 행복 26
그런 삶을 살았어야 했는데 28
문제가 있다 30
가을이 오면 32

제2부 위대한 유산

가는 길 34
나는 존재한다 35
세월이 흘러가네 36
정말로 38
위대한 유산 40
흔적 42
이야기 43
시인들은 44
실패 46
참돔 이야기 48
가을은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 50
이렇게 52
봄에는 꽃이 피네 53
여보 당신 54
잠 못 이루는 밤 56
시의 언어 58
부끄러운 마음 60
황소는 슬프다 62

제3부 아줌마

아줌마 64
노블레스 오블리주 66
사는 게 다 그렇지요 68
방랑객 70
자전거 타기 72
설마 73
벽시계 74
억새풀 75
꿈과 희망과 의지 76
내 삶의 주인공 되기 78
신기해 80
나의 누님 82
술 취한 사회 84

제4부 가족

가족 86
사치 88
한탄강 90
적극적인 삶 92
그대들은 아름답습니다 94
세월이 너무 빠르다 96
넘어지면서 살아가기 98
네 잎 클로버 100
향하여 102
여보 우리 104
양은그릇 106
유튜브 107
긴 밤 110
나는 머슴이로소이다 112
세상의 소리 114
물들기 116
현명함 118
김동길 교수님께 드리는 편지 120

▨ 최윤근의 시세계 | 배옥주 126

저자소개

최윤근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46년 서울 출생.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인턴 레지던트 수련의 과정을 마쳤다. 2014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꿈속에서 꿈을 꾸다』 『아그라로 가는 길』 『넌 나를 스나비쉬하다 한다』 『기억 속에 흐르는 강』 『늦게 쓰여진 시』 『세상에 남기고 가는 것들』 외에 다수의 전문 서적을 출간하였다. 미국 병원에서 마취 통증치료 전문의로 20년간 근무하다 귀국하였으며, 1994년 차병원 통증센터 소장, 1998년 차 의과대학 교수, 2002년 외국인 무료 진료소 소장, 2015년 창원시 보건소장으로 재직했다. 2014년 대한의사협회와 보령이 제정한 보령의료봉사상과 국민추천 정부포상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펼치기

책속에서

늦게 쓰여진 시

늦게 쓰여진 나의 글들이 더 애틋하고 먹먹한 것은
늦게 겪은 나의 삶이 아프고 슬펐기 때문일 것이다

늦게 나온 나의 시들이 더 영롱하고
생생한 것은
아마도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썼기 때문일 것이다

늦게 나온 나의 글들이 애련에 물들고
후회로 가득 찬 것은
잊지 못할 이별과 못다 한 사랑이 스며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늦게 쓴 시들에 특별히 정이 가는 것은
거기에 황혼에 외롭게 서 있는
나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시간이 먼저였나
공간이 먼저였나
존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나는 그 속에서 껍질인 채로 존재하고 있다
내 사유는 시공을 벗어나지 못하고
내 몸은 바람 앞에 촛불이다

거센 바람 부는 데 쉴 곳 못 찾은 갈매기처럼
날개 찢어진 나비처럼 힘겹게 날다 떨어지는 신세
해는 서산에 지는데 오지 않는
새를 쫓고 있는 허수아비

강남 아파트의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퇴직한 늙은 의사로서가 아니라
추위를 피해
봄볕을 쬐고 있는 디오게네스처럼 존재하고 있다


가족

씨 없는 수박을 만들려는 시도나
사람 닮은 돼지를 만들려는 시도는
신의 뜻이 아닙니다

꿀벌을 보라
작은 꿀통 속에서 한 마리의 여왕벌을
부인으로 엄마로 모시며
수백 마리의 가족 벌들이 꿀을 나르고
모으고 날개를 부딪치며 살고 있습니다
그게 가족입니다

대나무 숲을 보십시오
뿌리가 서로 넝쿨 지어
같은 모습으로 매듭짓고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며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는 것이
가족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 않나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장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가족입니다

때론 다툴 때도 있고
미워할 때도 있지만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며 어깨를 부딪치며
사는 것이 가족입니다

나는 내 딸의 줄기세포를 이식받아
죽음에서 벗어나 살고 있습니다
내 딸은 줄기세포로 아빠를
살릴 수 있어 기뻐했고
나는 내 딸의 줄기세포로 더 살 수 있어
고마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호수가 하늘과 구름 바람을 받아들이듯
애증을 넘어 상처를 주고받으며
죽음까지도 함께 담을 수 있는 것이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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