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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1221740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0-09-29
책 소개
목차
1권
프롤로그 7
동조선의 건국과 발전 23
잠에서 깨어난 맹수 65
반정의 장 106
알려지기 시작하는 실체 140
도도히 흐르는 강물은 앞 물결을 밀어낸다 184
핏빛 환영 230
오랑캐 대 오랑캐 249
부록 287
2권
최종 결산 7
동에서 불어오는 바람, 서로 불어갈 태풍 58
쿠바 토벌 105
폭풍의 전조 142
서쪽에서 등장한 제국 167
태풍상륙 192
화력 시범 220
외전1 규원옹주, 그녀는 과연 누구인가? 256
외전2 공신들의 자식들의 운명은? 274
외전3 어느 혼인식 282
3권
이미 충돌한 국가와 충돌할지 모를 국가 7
격동의 시대(상) 39
격동의 시대(하) 89
연못 안의 태풍 127
이(夷)족의 대이동, 그 시작 189
피와 화약의 대지 227
외전4 도라치요의 수난 280
4권
만주혈풍(滿洲血風) 7
북로지변(北虜之變) 61
짧은 평화, 그리고 삼각관계? 102
명의 문제, 그리고 조선의 문제 150
맹방(盟邦)의 다른 이름은 가상적국 201
낭만인 도래 247
5권
경제전쟁 7
권불십년(權不十年) 40
숙청, 그리고 뒷수습 71
린센지(林泉寺)의 변 115
내전, 가장 어리석은 전쟁의 준비 143
내전 발발 185
잔당 처리와 청혼, 그리고 치수공사 229
에필로그 264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편, 강녕전에 있던 연산군은 한밤중에 함성과 함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대궐 곳곳에서 울려 퍼지자 한걸음에 자신에게 달려온 내관 김자원에게 부들부들 떨면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
“저, 전하! 아무래도 무슨 변고가 있는 모양이옵니다.”
“모……모두들 어……어디로 갔느냐?”
“그, 그것이…… 신이 얼른 상황을 살펴보고 오겠나이다.”
“이, 이보게.”
김자원은 연산군이 평소의 당당함을 잃고 떨고만 있자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던지 밖을 살펴본다는 핑계를 대고 강녕전 밖으로 나갔다. 연산군은 떨면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내관이 부들부들 떨면서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칼을 빼든 무관들이 서 있었다.
“저……저언하! 오, 옥새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러냐? 내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좋을 대로 해라.”
연산군은 떨고 있는 내관에게 옥새를 던지듯이 건네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무관들의 경계 하에 강녕전 밖으로 끌려 나갔다.
밖에는 박원종, 성희안 등이 반란군들 앞에 서서 연산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호송되던 연산군은 갑자기 두 사람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누구를 옹립할 생각이냐? 진성대군이냐?”
“어허! 폐주가 감히 주상 전하를 함부로 입에 담다니!”
성희안은 연산군에게 호통을 쳤다. 그러자 연산군은 피식거렸다.
“주상? 푸하하핫! 그래, 주상이 되겠지. 네놈들에게 휘둘리는 신세의 주상 말이다!”
“아니, 그 무슨 망발을……!”
순간 뒤가 켕긴 성희안은 화를 버럭 내며 외쳤다. 그러나 연산군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진성대군에게 가서 전해라. 왕위를 오래 보전하고 싶다면 동조선에 매달리라고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연산군의 뜻밖의 말에 놀란 박원종이 질문했다. 그러나 연산군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에 화가 난 성희안이 신호를 보내자 군사들이 연산군을 끌고 갔다.
김승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끌려 나가는 연산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듣자하니 동조선의 사정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아는 모양인데……. 설마?’
두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점점 커져오자 진을 치고 대기 중이던 에치젠의 센고쿠 다이묘 가인 아사쿠라 가의 아시가루(足輕)들의 안색이 점점 새하얗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농민병들로 구성된 그들 중 일부는 금방이라도 도주할 듯이 온몸을 움찔거리기까지 했다.
“전원, 침착하게 진형을 유지하라!”
“도주하는 녀석들은 즉결 처단을 당할 것이다!”
일선에서 아시가루들을 지휘하는 아시가루 소두들은, 그들 또한 두렵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각자가 지휘하는 수하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아시가루들이 힐끔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뒤에는 일단의 사무라이들로 구성한 독전대가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빼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망할 놈의 사무라이들. 우릴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들은 뒤로 빠지기냐?”
한 아시가루가 자신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독전대를 원망하며 이를 부득거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전방의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짐승의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허리에는 칼이나 편곤을, 그리고 손에는 화살을 재어둔 활을 든 여진 기마병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망할 놈의 악귀들…….”
두려움에 휩싸인 아시가루들 중 한 명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바로 그 순간, 아사쿠라 가의 아시가루들과 150여 보(180m)까지 접근한 여진 전사들이 일제히 활을 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시가루 소두들은 각자 손에 든 방패를 들어 자신들의 머리 위를 가리며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화살 공격이다! 모두 머리를 가려라!”
각 소두들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시가루들 전원은 황급히 방패를 들어 자신들의 머리를 가렸다. 바로 그 순간, 여진 전사들이 쏜 수천여 대의 화살들이 아시가루들의 머리 위에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쉬이익~!
퍼퍼퍼퍽! 퍼버벅!
“크악!”
“끄어억!”
우박이 지붕에 쏟아지는 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졌다. 그 속에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간간히 섞여 있었다.
아시가루들이 든 방패는 단단한 참나무 판자와 대나무로 만든 뼈대에 제대로 무두질하지 않은 짐승의 생가죽이 씌워져 있어서 일반 나무방패보다 다소 무겁지만 방어력은 더욱 뛰어났다. 그래서 일반 화살들은 그럭저럭 막아 낼 수가 있었다.
조선의 장수들이 조선 국왕 몰래 몽골군과 화기를 밀거래했으니 그 책임을 지라는 터무니없는 말에 중종과 대신들은 자신들이 칙서를 받는 도중이라는 것도 잊고 입을 떡하니 벌렸다.
“아니, 오랑캐들과의 화포 밀거래라니요? 저희 조선이 어찌 그런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수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칙사께서는 부디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옵소서.”
중종에게 점수를 딸 기회라고 생각한 윤원로는 급히 사신으로 파견된 한림원 시독 화찰에게 청원했다. 하지만 그의 섣부른 행동은 중종과 대신들의 기선을 제압할 생각에 가득 찼던 화찰에게 좋은 핑계거리를 던져 준 셈이 되었다.
“하급 무관 주제에 어딜 주제넘게 나서느냐! 화포 포신에 천자라는 글자가 명확하게 새겨져 있는데, 하늘을 속이려 하다니! 조선은 감히 황제 폐하를 우롱하려고 드는 것이냐?”
통역을 통해 윤원로가 한 말을 들은 화찰은 잡아먹을 듯이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윤원로는 쩔쩔매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이……. 가만!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분명 천자라고 하셨습니까?”
“어허! 도통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나!”
중간에 정신이 번쩍 든 윤원로가 급히 묻자 화찰은 그에게 짜증스러운 눈빛을 던지며 재차 소리쳤다. 그러자 찔끔한 윤원로는 급히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윤원로를 대신해 사신 화찰에게 밉보이기 싫었던 대신들은 그의 간절한 시선을 외면했다. 심지어 대윤 세력들은 순간적으로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결국 형의 위기를 보다 못한 윤원형은 형을 살리기 위해 상석에 앉은 화찰에게 말을 걸었다.
“형님의 무례에 사과를 드립니다. 먼 조선까지 오시느라 많이 피곤하실 텐데 칙사께서는 연회에 참석하시어 연회를 즐기시지요.”
“엇험! 그리 하겠소이다.”
윤원형이 고개를 조아리며 간청하자 화찰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헛기침을 하면서 윤원형의 안내를 받으며 경회루로 향했다. 그러자 대신들은 일제히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명의 사신이 불러들인 폭풍은 아직 남아 있었다.
“북방의 장수들이 오랑캐들에게 화포를 팔았다니.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오?”
화찰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중종은 대신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했던 대신들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신도 명이 왜 저런 억지를 부리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원명(原明, 유인숙의 자), 이 망할 인간 같으니. 대체 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려 줬어야 할 것 아니야!’
대신들은 식은땀만 뻘뻘 흘리며 속으로 대윤의 일원이자, 명에 사신으로 파견된 유인숙을 욕했다.
그런데 사실 유인숙은 명에서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알려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명이 감시를 철저히 하는 바람에 사신들이 조선에 간다는 것만 간신히 알릴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송구스럽단 소린 집어 치우고 명의 사신이 왜 저런 억지를 부리는지 그 이유부터 알아보시오! 만약 명의 사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선은 대노한 명의 대군의 발밑에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