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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43233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10-20
목차
■ 책머리에 _5
11_ 김순
자존심 / 문득 그립다 / 내 고향은 베이비박스 / 욕심 / 죽음, 그 놈 / 요양원에서 / 그런 사람 / 불시착 / 낙화 / 살다보니 / 운명 / 만추 / 느티나무는 / 봄날에 / 그거 아니?
33_ 박정희해남
자화상 / 헌책방 / 길 / 백제의 천년 내력 / 詩의 비밀 / 시인의 방 / 소금꽃 / 섬 집 / 꿈속에서 / 호수가 아름다운 집 / 리어커·2 / 행글라이더 / 맨홀은 왜 둥글까 / 달항아리 / 대숲에서
53_ 안미숙
일 없습니다 / 무당거미 / 봄바람과 할머니 / 민들레 / 여름 해 / 장터 / 접시꽃 / 나팔꽃 세탁소 / 느티나무 / 파도 / 티머니 / 스파이더맨 / DMZ 고라니 / 팥빙수 골목 / 바람 미용실
71_ 오정말
텃밭 기지국 / 남편의 발바닥 / 물웅덩이 / 굴뚝연기가 간판이다 / 청보리밭 / 놓친 기차를 향해 / 여백 / 겨울묵화 / 석류에 대한 생각 / 세발낙지 / 비자림숲 / 담쟁이 손바닥 / 뒤란의 풍경 / 봄꽃 / 지렁이
91_ 유회숙
나비의 비행 / 봄은 소리로부터 온다 / 나팔꽃 랩소디 / 꿈틀 / 나무 이야기 / 계단 / 자화상 / 풀밭에서 글밭에서 / 서해西海를 품고 싶다 / 밥 / 여름 보고서 / 물들다 / 입속에서 새가 운다 / 파랑새 경로당 / 기쁨을 심는다
111_ 이영임
동행 / 풀꽃 / 4월 / 봄이 되어 / 봄을 입히다 / 우리는 결혼한다 / 수선 좀 해주세요 / 동백꽃 / 퇴근길 / 은밀한 오후 / 포식자 / 긴긴밤 / 설날 풍경 / 내 고향 쇠말골 / 충분히 좋은 것
저자소개
책속에서
김순
자존심
처음엔
화가 났어요
자고나니
내 허물이 보이더라고요
또 한 밤을
지새우고 나니
내가 잘못했어요
멀리도 돌아 왔네요
‘미안하다’는 말
문득 그립다
우리동네 시장안
이불집 앞에 서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완행열차를 타고
벌교역에 내리면
치마가 훌러덩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
이불 한 채를 이고
중학생 계집아이가
그 먼 길을 겁도 없이 걸었어
타닥타닥 장작불 앞에서
흰수건을 머리에 두른
외할머니가
조청을 젓고 계셨지
함박눈이 떡가루처럼 내리고
아랫목에 다디단
고구마가 산처럼 쌓여 있었어
뉘시요?
고맙게 무슨 이불이다요
가끔씩 노망이 든다는 외할머니가
인절미와 조청을 내어 놓았어
목구멍에서
인절미 내려가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올 겨울에 나는
희끗한 흰머리를 이고
벌교역 산 너머 외할머니를
만나러
기차역으로 나가볼까
뉘시요. 할머니는?
희디흰 이불을 덮고 여전히
나를 몰라 보시겠지
박정희해남
자화상
심장이 쿵 울렸다 말없음으로 기다리다 꽃씨 하나 숨어들어 싹트고 있다는 걸 흙은 알고 있는 듯, 시심으로 조요히 뿌리내리고 싹 하나 땅속 깊이 평반에 물담은 듯, 단단한 살빛향기로 보탠다 속을 텅 비운 까닭은 더 단단해지기 위함이라며 시의 행간에 마음을 내어준다 어리석은 기교도 다 내려놓곤 숲이 되는 지금,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지않고 無等 잠들지 않는 낮달을 품으며 비로소 우듬지 드러낸다
바람에 무너져도 선채로 모두를 안아주는
박정희 시인은 모소대나무*야
늘 하시던 정공채 스승님 그말씀…
바람이 귓바퀴를 툭 치고간다
*모소대나무: 땅속에서 뿌리만 내리다가 5년째에야 잎이 나면서 쑥쑥 커가는 죽순대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