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61705776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6-11-30
책 소개
목차
1 미안해. 난 이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할 수가 없어.
2 아들은 아버지이기도 한 스승의 뛰어난 지도 아래 날개를 꿈꾸었다.
3 다락방은 하늘색이다.
4 카테드랄 역은 회청색 암석으로 된 커다란 바윗덩이 위에 서 있었다.
5 무겁고 검은 천은 수직으로 주름을 이루며 드리워져 있다.
6 귀부인은 마차 창문의 검은 커튼을 옆으로 젖히고 물었다.
7 증인이 말하고 있다.
8 대리석처럼 창백한 천사가 재판의 증인으로 방청인들 사이에 섞여 법정에 앉아 있었다.
9 습지처럼 어두운 어머니의 얼굴이다.
10 행성이 도는 것처럼 천천히, 두꺼운 판자로 된 커다란 원탁이 돌고 있다.
11 눈을 감는다. 얼굴의 내부, 그밖엔 아무것도 없다.
12 이미 여러 세기 전부터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다리는 결코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13 여기는 방이다. 그리고 동시에 사막이다.
14 결혼식에 온 손님들은 춤추는 불꽃이었습니다.
15 잿빛으로 넓게 펼쳐진 하늘을 어느 스케이터가 허리를 숙이고 목도리를 휘날리며 미끄러져 갔다.
리뷰
책속에서
다음 전시실에서 그들은 커다란 붉은 글씨로 ‘그린’(green)이라는 단어가 벽에 그러져 있는 것을 본다. 놀랍게도 이번 제목은 남편이 예상한 ‘그린’이 아니라, ‘문자’이다.
“독특하군.”
그가 중얼거린다. 그녀가 끄덕이며 덧붙인다.
“하지만 맞잖아요. 아녜요?”
“돌이켜 보건대, 난 인생 다 산 거죠. 아시겠어요? 난 이제 노인이에요. 그런데 난, 인생을 살아 본 적이 없어요. 모든 게 삭제돼 버렸다고요. 난 내 인생을 사기당했어요. 도대체 누구한테 당한 건지도 모르지만요. 그리고 이제 난 인생 같은 것 바라지도 않아요. 난 인생 따윈 갖고 싶어 한 적도 없어요. 이건 당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예요.” -본문 161-162쪽 중
“내가 내 배역을 연기하게 되면, 그때 나도 알게 되고, 당신들도 알게 될 거야. 그게 아니라면, 연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할 필요가 뭐 있겠어?”
갑자기 그의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조급해져서 물었다.
“아니면, 당신들은 그 사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배역을 연기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이렇게 오래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도 정말 그런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그런데도 당신은 여전히 권력을 사랑하고 있잖아.”
노인이 작게 말했다.
독재자의 목소리가 이제는 거칠게 울렸다.
“그것은 세상 모든 가치 가운데 최고의 가치야. 거기엔 단 하나의 결점밖에 없어. 그 결점 하나가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드는 거지. 그 결점이란 바로, 완벽한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야. 그래서 권력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항상 배가 고픈 거야. 오로지 전능만이 진짜 완벽한 권력이지만, 그건 불가능해. 난 권력에 실망했어. 내가 권력에 속은 거라고.”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