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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은이), 염정용 (옮긴이)
F(에프)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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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씁쓸한 초콜릿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61705899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7-03-15

책 소개

독일 청소년문학계의 대표적인 반(反)권위주의적 작가이자 '제2의 루이제 린저'로 평가받는 미리암 프레슬러 소설. 소설은 15세 소녀 에바가 뚱뚱한 몸매로 인해 느끼고 겪는 일상에 대한 평이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과 정확한 묘사로 인해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목차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저자소개

염정용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했으며, 서울대 강사 등을 거쳐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홀로 맞는 죽음』 『황태자의 첫사랑』 『씁쓸한 초콜릿』 『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새로운 대중의 탄생』 『시간의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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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에바는 얇은 연어 조각을 불빛에 대고 비춰 보았다. 색이 너무나 고와!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녀는 흥분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이 한 조각만 먹어야지. 그녀는 입을 벌리고 연어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뒤이어 연어를 입천장에 대고 혀로 지그시 눌러 보고 나서 천천히 맛을 즐기며 씹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연어를 삼켰다. 연어가 사라졌다. 입안이 텅 비었다. 그녀는 아직 남아 있던 연어 두 조각을 성급히 입으로 쑤셔 넣었다. 이번에는 기름이 전부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또한 맛을 음미해 보지도 않고 제대로 씹지도 않은 채 삼켜 버렸다.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는 이제 기름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식빵 두 조각을 꺼내 토스터에 넣었다. 그러나 빵이 다 구워지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에바가 안달이 나서 기계 옆에 달린 레버를 위로 올리자 빵 조각이 위로 튀어 올랐다. 빵 조각은 아직 흰색에 가까웠지만 따뜻하고 맛있는 냄새가 났다. 그녀는 재빨리 버터를 펴서 바르고 그것이 녹기 시작하는 모습을 홀린 듯이 지켜보았다. 버터는 처음에는 더 얇게 발린 가장자리에서, 잠시 후에는 가운데서도 녹기 시작했다. 냉장고에는 아빠가 즐겨 먹는 고르곤졸라 치즈도 한 덩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치즈를 나이프로 한 조각 잘라 낼 여유도 없이 단숨에 한 입 베어 물었다. 빵을 베어 물고, 치즈를 베어 물었다. 베어 물고, 씹고, 삼키고 또다시 베어 물었다.
냉장고는 얼마나 근사한 음식으로 골고루 채워져 있었던가. 삶은 계란 하나, 토마토 두 개, 햄 몇 조각 그리고 약간의 살라미가 연어와 토스트와 치즈의 뒤를 이었다. 에바는 황홀한 기분으로 씹고 있었고, 그녀는 오직 하나의 입이었다.


문제 중의 문제인 이 문제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것은 바로 비곗살이었다. 이 역겹고 부드러운 지방층, 이 지방층이 그녀와 주변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었다. 그것은 완충 장치이자 누에고치였고, 쿠션이자 무쇠 고리였다. 오직 비곗살만이 문제였다. 비곗살은 슬픔과 소외와 배척을 의미했고, 조롱과 불안과 치욕을 의미했다.
비곗살에 파묻혀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진짜 에바인 그녀가 말이다. 원래의 그녀는 지방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 편히 살아가고, 사랑받으며 살아야 마땅했다.
이 지방층에 그녀는 갇혀 있었다. 실제의 에바인 그녀가 말이다. 실제의 에바는 끊임없이 음식과 영양분과 속을 채워 넣을 것을 생각하지 않았고, 그토록 부끄러워하며 남몰래 먹는 거라면 무엇이든 달려들어 입으로 마구 집어넣지 않았다. 마치 기계처럼, 마치 굴착기처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이 누에고치 속에 들어앉아 또 다른 에바가 살아가고 있었다. 그 에바는 탐욕을 몰랐고, 닥치는 대로 우적우적 씹고, 허겁지겁 먹어 대고, 삼키고, 억지로 밀어 넣는 것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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