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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62602784
· 쪽수 : 388쪽
책 소개
책속에서
코너리는 그녀를 찬찬히 살폈다. 그는 직감적으로 잠자코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와 같은 감정적인 순간에 종종 자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엠마가 서류 하나를 손에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면서 그것을 들어 올려 검시관에게 주었다. 파란색 새틴 리본으로 묶은 두루마리였다. 코너리는 천천히 두루마리를 폈다. 그의 눈이 재빨리 그것을 훑어본 다음 남자들의 얼굴을 보았다.
“이건 사건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요?”
그것은 증명서였다. 2주일 전인 1857년 1월 14일 날짜가 적혀있었고, 그리니치 가(Greenwich Street)에 위치한 네덜란드 개혁교회 목사의 서명이 들어있었다. 그는 서류를 딜크스에게 건넸다.
“이게 부인 겁니까?”
“네, 내 거예요….”
엠마는 간신히 속삭임을 면한 소리로 대답했다.
“봄까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로 하기로 했어요.”
그녀는 숨을 고르고 나서 또렷한 발음으로 좀더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 결혼증명서이고, 나는 하비 버델의 아내예요.”
“내 말을 끝까지 듣게.”
암스트롱이 말했다.
“하비는 병상에 있는 형을 찾아가서 자신을 재산의 유일한 유언집행자로 지정하는 유언장을 작성했네. 존은 정신착란상태에서 서명을 했지. 그러고 나서 하비는 보안관과 함께 압류통지서를 가지고 돌아와 형이 자신에게 빚을 졌다고 주장했네. 그들은 존의 모든 소유물을, 그의 가구와 심지어 아픈 남자가 누워있는 침대까지 옮기고는 존을 휑뎅그렁한 방바닥에서 홀로 죽게 내버려뒀네.”
“그러니까 하비 버델이 형수와 자고 형의 사업을 가로채고는 형에게 공갈협박과 속임수를 써서 재산을 빼앗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이야기에 교훈이 있는 건가요?”
헨리가 물었다.
“이게 교훈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나, 헨리? 내 말의 요점은 이거네.”
암스트롱이 딱딱거렸다.
“이 사건은 수렁과 같단 말이네.”
헨리가 몸을 구부리고 조끼에 있는 주머니에서 금시계를 꺼냈다. 단순한 로마 숫자판과 줄세공을 따라 살짝 흠이 있는 시계를 손으로 살며시 잡고 존에게 보여주었다.
“이것 본 적 있니?”
존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살인죄로 교수형 선고를 받은 남자가 내게 준 거야. 어느 날 밤 그 남자는 우연히 골목에서 시체를 발견하고 다가가서 죽은 남자의 동전지갑을 가져갔어. 그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지만 그 지갑을 훔치다 잡힌 거야. 그래서 감옥에 가게 됐고 살인죄로 기소됐어. 내가 판사를 설득해서 그가 석방될 수 있게 한 건 교수형 날 아침이었어. 그는 내게 수임료를 낼 돈이 없었어. 그래서 자기 시계를 내게 준 거야. 나는 누구나, 설사 일평생 지독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변호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기 위해서 여기 주머니에 이걸 넣어두는 거야.”
존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방검사님이 사무엘 아저씨가 곤란한 처지에 있다면서 목숨을 걱정해야 할 거라고 제게 말했어요.”
“지방검사가?”
헨리가 물었다.
“첫째 날 집에서 검시관님이 제게 버델 선생님 시체를 어떻게 찾았는지 묻고 나서 부검시관들 중 한 사람이 저를 뒤쪽 별채 근처로 데려갔어요. 그러고는 지방검사님과 다른 남자도 나왔어요. 두 사람은 사무엘 아저씨를 찾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아저씨가 판자촌에 살고 있는지 물었는데, 부검시관 말이 그들이 가서 아저씨를 불에 태워 죽일 거라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