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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709758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3-06-10
책 소개
목차
하루의 끝
아주 특별한 부모들
우리가 아는 세계의 이름 바꾸기
너무너무 슬퍼!
어른이 된다는 것
나는 꼬마 무이다
언제까지 착한 아이로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망나니가 되었나
지금이 몇 시인지 아세요?
그리고 나는 가라앉았다
들개 사육장
차장 없는 열차
리뷰
책속에서
내 짝꿍은 ‘띠’라는 이름의 이웃집 소녀였다. 나는 남편이었고 띠는 내 아내였다. 띠는 결코 예쁜 아이라고 할 수 없었다. 온종일 햇빛 아래서 뛰어다닌 탓에 피부는 까무잡잡했고 머리는 늘 엉망으로 엉켜 있는 데다 썩은 이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 애를 기꺼이 내 아내로 맞았다. 띠가 나를 좋아했고 항상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정말로 좋아한 아이는 ‘뚠’이었다. 뚠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예뻤고 두 뺨에는 보조개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애가 가끔 ‘하이’라는 키 큰 남자애와 같이 다니는 게 눈에 띄었기 때문에 나는 뚠과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뚠과 하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런 감정을 질투라고 부른다는 건 한참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그날 저녁 나는 전과 다름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대문 앞에서 뚠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한 사람이 집에서 나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뚠이 아니라 그 애의 어머니였다. 아주머니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나를 끌고 곧장 우리 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침대로 끌려가 엎드린 채 아버지에게 엉덩이를 두들겨 맞아야 했다. 아버지는 내게 누명을 씌웠다. 나는 억울했다. 벌써부터 여자랑 자고 싶어 하는 발칙한 꼬마 녀석이라니! 너무너무 슬펐다!
나는 겨우 여덟 살이라는 나이에 부어오른 뺨을 문지르며 그런 부당함을 느꼈다. 그럴 때면 세상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어른들은 절대 그 기분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부모님들이 저지른 온갖 실수들을 한바탕 늘어놓다 보니 문득 모의재판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 네 사람은 너도나도 부모의 역할을 맡고 싶어 했지만 이번에는 모두 아이의 역할을 맡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 서로 다투었다. 이 재판은 유례가 없는 특별한 사건이었다. 제법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끝에 하이와 뚠은 어른들을 심판할 꼬마 판사의 지위를 얻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띠와 나는 피고 역할을 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