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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63712185
· 쪽수 : 730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저(杵)’ 사냥꾼 |7
제2장. 루월재운(鏤月裁雲) |53
제3장. 오기일(烏忌日)의 여인 |114
제4장. 적두가 재운을 보다 |167
제5장. 가람의 수주(水珠) |217
제6장. ‘저(杵)’의 진짜 이름 |265
제7장. 청각(淸角) |327
2권
제8장. 침향(枕向)의 비밀 |7
제9장. 중연이 목련방을 넘지 못하다 |61
제10장. 하백(河伯)이 장가간다. |106
제11장. 매듭을 짓다 |147
제12장. 또 하나의 수주(水珠) |186
제13장. 어무산신(御舞山神) |231
제14장. 선인정결(選因定結) |273
종장 |312
그리하여|32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재운은 자신을 두고 서로 견제하고 있는 왕과 모량부 수장의 시선이 지금 동시에 그의 머리 위에 떨어진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중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운의 곁에서 주인의 눈치를 살피던 계유가 물었다.
“저자입니까?”
“오냐.”
“변하였습니까?”
“변하지 않았다.”
“다시 보니 좋습니까?”
계유의 묻는 어조가 점점 뿌루퉁해졌다.
“좋구나.”
“주인님이 좋다니 저도 좋아해야겠지요? 그런데 저는 저자가 싫습니다.”
계유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며 인상을 쓰자 재운이 말했다.
“나는 저자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저자는 주인님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재운이 의아해하며 계유를 돌아보자 그는 서둘러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가?”
재운의 깊고 서늘한 시선이 다시 중연에게로 향했다.
“하면 한번 시험해 보아야겠구나.”
이런, 계유는 자기 입을 쥐어박으며 물었다.
“꼭 그래야 합니까?”
“궁금하니 어쩌겠느냐?”
“주인님의 사심이 느껴집니다.”
“사심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한데 나는 차라리 네 말대로 저자가 나를 싫어하면 좋겠구나.”
“대체 그때 여에게 오려 했던 신물은 무엇이었소? 무엇이었기에 여를 피신시키라 말씀하신 것이오?”
“그것은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어찌하여?”
“십일 년 전, 해간 어른 댁을 엿본 것은 불과 씨, 물과 바람 그리고 어둠이었습니다. 그것은 딱히 소승의 눈에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하오나 소승은 그것의 존재를 알지요.”
“그것이 무엇이오?”
“나무붙이입니다. 소승은 문수사에 적을 두고 있지만 본디 저杵 사냥꾼입니다. 소승이 문수사를 자주 떠나 있는 것은 그 때문이지요.”
“저杵라면 나무붙이들이 변한 목랑木郞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오?”
“예. 혹은 돗가비라고도 하지요. 저杵는 사람의 일에 개입하거나 여인들을 탐내지요. 소승은 당시 여 아가씨를 저杵에게 빼앗기게 될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하온데 나중에 들으니 입궁하신 여 아가씨께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 하더군요. 모두 소승의 불찰입니다. 그때 좀 더 자세히 말씀을 드리고 여 아가씨를 숨길 만한 은신처를 마련해 드렸어야 했는데.”
왕경에서 손꼽히는 미인이었던 박여가 헌강왕의 후비로 입궁한 후 혼인 첫날밤 사라지자 항간에 수많은 소문이 돌았다. 다른 사내와 달아났다는 소문부터 아들이 없는 왕후가 독살하고 시신을 없애 버렸다는 소문까지 별의별 괴담이 있었으나 헌강왕은 모두 일축했다. 헌강왕은 후비의 행방을 찾으라고 명했지만 그 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당시 월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 아가씨의 운명은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정해진 것을 피할 수 없었던 듯합니다.”
“됐소, 지나간 일이오.”
박후명은 손을 내저었다. 누이동생의 죽음은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적두의 조언에 따라 여를 숨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신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여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보다 선사가 저杵 사냥꾼이라니 좀 놀랍소. 그런 것이 있다니?”
“문수사 내에서 은밀히 전해지는 일종의 보직이지요.”
“은밀히? 하면 문수사의 다른 승려들은 모르는 것이로군.”
“예, 이것은 한 사람의 스승에게서 한 사람의 제자로만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