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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720388
· 쪽수 : 28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지막 진학 상담이 있었다. 벌써 추천으로 대학에 합격한 애들도 있었고, 거의 모두의 진로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호출 당한 건 나를 포함한 취직 희망자 몇 명뿐이다.
나도 마침내 진로를 확정해야 한다. 옛날부터 도무라 반점을 이을 거라고 생각했고, 형이 집을 나간 뒤로 가게를 잇는 것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각오는 되어 있다. 실제로 가게 일을 거들다 보니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분명하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진로 희망 조사서에도 ‘취직 희망’이라고밖에 쓰지 않았고, 희망 직종은 ‘미결정’이라고 응답했다. 내 안에 남겨진 아주 작은 조각 하나가 기다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침내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텨 봤지만 결국 내 안의 선택지는 가게를 잇는 것 말고는 없었다.
“헤이스케, 넌 왜?”
“어?”
“넌 왜 소설가가 되려고 했는데?”
“그야, 나는…… 그러니까. 맞아, 집을 나오고 싶었어.”
“뭐? 집을 나오고 싶어서 소설가가 되다니, 너야말로 말이 안 된다.”
“하긴, 그렇긴 해.”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는 것, 도무라 반점에 대해서, 아버지에 대해서, 오사카에 대해서, 고스케에 대해서, 그 밖의 여러 가지에 대해서 쉴 새 없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다. 후루바토는 내가 한 가지 한 가지 이야기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연신 감탄했다.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부터 집이 불편해서 오로지 집을 나올 생각뿐이었어. 정말 나는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야.”
“그렇구나. 너는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해.”
후루바토가 나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옛날부터 형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성적도 좋고 착했어. 그런데 형은 대학에 안 가고 내가 간다는 게, 왠지 뒤바뀐 것 같다고 해야 하나……. 형이 대학에 가지 않았다고 바보라는 말은 아니고.”
“성적은 너보다 좋았을지 몰라도, 착하다는 소리는 못 들었어.”
“무슨 말이야? 모두들, 헤이스케는 너하고 달리 똑똑해, 라고 말했는데.”
도무라 반점에 모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 것은 나를 칭찬한 것도, 고스케를 비하한 것도 아니다. 단순하고 밝은 고스케에게 ‘이 바보!’라며 애착을 갖고 있었던 거다.
“나는 요령만 좋을 뿐이야. 사실은 네가 더 똑똑해. 너 같은 사람이 진짜 더 똑똑한 거야.”
나는 아마도, 하고 마음속으로 덧붙였다.
“어디가 그렇다는 거야. 나 되게 바보잖아. 하긴, 바보니까 대학에 가는 거지만.”
“대학생이라……. 대학생 고스케는 상상이 안 되는데.”
“그치? 아르바이트하고, 공부하고, 혼자 살고. 나도 조금은 어른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