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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3721866
· 쪽수 : 25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도보고행승
묵언정진
모기향과 모기장
고리끼와 도끼
감꽃과 해인스님
포도 서리와 단발머리 소녀
‘묵언정진’ 끝나다
2부
백구두 스님과의 여행
새벽예불
울력, 무노동 무공양
3부
눈부처
여자 수도원
메뚜기처럼
얼굴 긴 농부
사미승의 자살
상사화
에베레스트 위에도 구름은 있다.
4부
오대산 적멸보궁
왜 양철북을 두드리는가
달걀은 어떻게 깨어지는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철북아, 세상 만만한 거 하나도 없데이. 모든 게 내 생각과 내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노. 그라고 우리가 다 안다고 나불대지만 실제론 모르는 것뚜성이라. 지금가지 니 머리로 배운 것도 지식의 전부가 아니고, 니 눈으로 본 것도 세상의 전부가 아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가끔씩 세상 구석구석 떠돌며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봐야 세상 뒤꿈치라도 알 수 있단 말이다. 가만히 있다가 가만히 죽기 싫으면 따라온나. 허수아비처럼 빈껍데기로 살고 싶으면 안 따라와도 되고.”
“그럼 스님 따라가면 껍데기가 알맹이 됩니꺼?”
“지랄, 그건 니 하기 나름이고.”
“니 성경을 한 줄로 줄일 수 있겠나?” (중략)
“그 긴 걸 한 줄로? 택도 없심더!”
“있느니라.”
“그라머 해보소.”
“다~ 지나가노니…….” (중략)
“이번엔 불경을 한 줄로 줄여봐라.”
갈수록 태산이었다. (중략)
“내가 또 해보까?”
“그게 좋겠심더.”
“헛되고 헛되도다!”
“…….”
“다~ 지나가노니, 헛되고 헛되도다. 어떻노?”
“기똥차긴 한데…… 좀 기네예.”
“뭐, 이게 길다고? 그라머 니가 해봐.” (중략)
“인생은 나가리!”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구 선생님의 얼굴이 깨진 달걀로 노랗게 변했다. 달걀이 깨졌다. 하나의 세계가 파괴되었다. 단지 손 안에서 밖으로 나왔을 뿐인데, 조금 전까지의 완전했던 형태가 전혀 다르게 바뀌었다. 변화는 순식간에 왔다. 선생님 얼굴에 묻은 달걀 껍데기의 파편들을 보자 철북이는 첫 동정을 잃었을 때처럼 슬펐다. 철북이가 알을 깬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철북이는 짐승으로 변한 강구 선생님한테 그 알보다 더 깨졌다. 하나의 세계를 깨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더 깨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달걀은 완전한 세계가 아니라 언제나 파괴될 수 있는 것이다. 변화는 항상 파괴 뒤에 오는 것이다. 철북이는 이날 흘린 눈물의 양만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