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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야기
· ISBN : 9788963812472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서문 03
작품 06
님을 위한 행진곡에 얽힌 해설 47
부록 121
저자 약력 148
저자소개
책속에서
곡을 완성하고 난 김종률은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뭔가를 해냈다는 대책 없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였다. 당시 황석영과 같은 동네에 살았던 탓에 곡이 완성되자마자 부푼 가슴을 안고 마구 뛰어 황석영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는 완성된 곡의 악보를 내놓고 불러주기 시작했다. 그때 그 악보가 지금 원본 악보라고 소개된 악보와 같다. 구음으로 곡을 불러주었을 때 이를 듣고 난 황석영은 “야! 노래가 참 좋다. 너무 좋다.”를 연발하면서 곡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률이 가사에 대해 고민해 보지 못했다고 하니 황석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뭐, 까짓것 가사가 별것 있나 그냥 쓰면 되지.”하더니 한 권의 시집을 펼친다. 그 시집이 바로 통일운동가 백기완 시집이었다.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다가 ‘묏비나리’라는 시를 보고 우리들의 주제와 맞는 좋은 글귀들이 있다면서 옮겨 적는다. 구절 앞뒤를 몇 개 조정하더니 완성됐다고 내놓는다. 그것이 바로 가사가 되어버렸다.
전문 노래꾼들도 아닌 사람들이 처음 대하는 노래를 연습하는 것은 녹록지가 않았다. 게다가 크게 연습할 수도 없다.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삼엄한 전두환 정권 시절에 혹여 새 나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고 모두 감옥행을 감수해야만 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조용한 목소리로 가사를 외우고 연습을 해야만 했다. 그것도 합창을 하는데 자장가처럼 소곤거리는 음성으로 서로 입을 맞추어 가는 모습을 그려보라. (중략) 그리고 밤이 되어 녹음을 했다. 녹음하는 순간에도 소곤거릴 수는 없다. 큰 소리로 부르고 실수 없이 한 번에 녹음을 마치려는 마음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되었다. 드디어 녹음을 다 마쳤다. (중략)
모두는 숨을 죽인 채 녹음된 원본을 듣기 시작했다. 듣다 보니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녹음되고 광주광역시 북구 동운동 고가 옆 기찻길을 지나가는 기차 소리가 너무 크게 따라 들어왔다. 결국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3시 30분경 다시 2차 녹음을 하였다. 녹음은 다행이 큰 무리 없이 잘 끝났다고는 하지만 개 짖는 소리는 여전하다. 당시로는 그만하면 충분하였다. 녹음을 끝낸 모두는 뭔가 큰일을 해낸 듯이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