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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환경/생태문제 > 환경문제
· ISBN : 9788964362709
· 쪽수 : 527쪽
· 출판일 : 2024-06-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호랑이 과부
1장 물 뜨는 여자들과 유칼립투스
물고기를 위한 섹스
산불 팬데믹
방화범은 누구인가
2장 기후위기의 심리학
정상성 편향
기후우울증과 솔라스탤지어
왜 외면하는가
3장 이메일을 지우면 산불이 꺼질까?
탄소 발자국 이데올로기
부자들의 환경주의
4장 제인 구달이 틀렸다
문제는 인구가 아니다
보존주의의 실상
야생 보존에서 REDD+까지
탄소 상쇄의 마법
5장 기후 장벽과 생태파시즘
지구 탈출의 꿈
테라포밍의 역사
억만장자들의 엑소더스
생태파시즘
인구폭탄과 맬서스주의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기후 장벽
구명정과 우주선
6장 제국적 생활양식: 자동차를 파묻어라
파트리스 루뭄바의 어금니
코발트와 테슬라
전기차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자동차가 사람을 몰아내다
제국적 생활양식
여성 노동과 패스트패션
체란의 모닥불 혁명
7장 이야기의 행성
해바라기는 죄가 없다
생태사회주의와 탈성장
태양의 반란
무화과나무와 노동조합
들판의 행성
씨앗 폭탄
화성인이 지구를 정복할 때
에필로그—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부유한 북반구 시민들은 기후 집회에 나가 ‘지구가 죽어간다’, ‘지구를 살리자’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다. 그 구호를 볼 때마다 한 움큼의 의뭉스러움이 치받쳐 오르곤 한다. 과연 그 지구는 같은 지구일까? 사과와 커피 값을 걱정하는 한국의 시민과 저기 아프리카에서 고행길을 걸으며 물을 뜨는 소녀에게 지구는 같은 공간일까?
지구 경관을 파괴적으로 변경하고 자연과 인간을 노예화했던 식민주의가 바로 기후변화의 뿌리다. 그 연관을 놓치면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는 ‘인간 탓’이라는 인류세의 블랙홀 속을 헤맬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기후비상사태 속에서 펼쳐지는 ‘산불의 팬데믹’이야말로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궤적을 낱낱이 폭로한다. 산불의 시간은 놀랍게도, 해결되지 않은 원한이 다시 귀환하는 시간이다.
오늘날 ‘개인의 책임과 개인적 실천’이라는 규범은 기후-생태 위기를 확대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우리가 분리수거를 잘하는지 서로를 감시하며 알량한 도덕적 자족감에 사로잡힌 사이 코카콜라 자본은 1분당 20만 개의 플라스틱 병을 토해내며 지구 행성의 마지막까지 더럽히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검약과 소비 미덕을 실천하기 위해 서민의 난방비를 올리자고 호들갑을 떠는 사이, 한국의 화석연료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두둑이 받아가며 세계 곳곳에서 천연가스를 퍼올리거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한편으로, 개인 책임에 대한 과중한 무게와 개인적 실천의 무력감이 기후우울증을 부추기거나 아예 위기를 외면하는 무관심의 태도로 전이되기도 한다. 개인 책임의 무한한 쳇바퀴가 우리의 양심을 병들게 하고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경우 ‘개인적 책임’의 이데올로기가 보다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 능력도 개인 책임, 무능력도 개인 책임.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우리의 인생사가 공적인 돌봄과 상호호혜성이 아니라 경쟁과 자기 관리의 고독한 여정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개인 책임의 감옥, 그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 이는 왜 한국의 환경단체들이 신자유주의를 경유하며 점점 더 보수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