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950180
· 쪽수 : 301쪽
· 출판일 : 2011-04-2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환란을 내 몸처럼
환란을 내 몸처럼
열두 살, 학업을 그만두다
열세 살 사회인, 스물한 살 엄마
마흔여섯, 검정고시에 도전하다
세상에 알려지다
무식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기
35년 만의 동창회
두 번의 이혼이 남긴 것
제2부 그래도 나는 행복한 사람
‘한문의 길’에 들어서다
대학, 그 문을 열다
미용실 아줌마에서 선생님으로
시간이 없어서?
그래도 나는 행복한 사람
한자 지도사 수업,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어머니가 쌓아놓은 벽
야생의 들꽃 같은 나의 딸들
편입, 난관을 뚫다
제3부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몰라도 된다
새로운 직장, 한자 공부방
세상일은 엎친 데 덮친다
한문학과 학생이 되다
첫 수강생
젊은이들과 경쟁하기, 그들과 함께하기
한자의 비밀을 캐다
은밀한 속삭임
한자와 성경
공부방에 전부를 걸다
교도소 재소자들과 소통하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몰라도 된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젊은이들과 경쟁하기, 그들과 함께하기
어느덧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수업을 듣는 것과 혼자 공부를 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젊은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특히 자료 검색이나 암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학생들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강의 속도 또한 학생들에게 맞추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나 한 사람으로 인해 수업이 늦추어지게 할 수가 없어 질문을 하기도 어려웠다. 가끔은 위축감이 밀려오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되뇌면서 더욱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렸다.
30년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한문을 독해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단순히 낱글자 위주로 한자를 익혀왔는데, 대학에서는 문장 전체를 해석했다. 암기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였기에, 문장 한 단락을 통째로 외우고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절실히 와 닿았다. 한문학과에 오기 전에는 이 정도의 실력이면 한자에 대해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한문학이란 낱글자가 아닌 그야말로 깊이 있게 기초부터 쌓아야 하는 그런 학문이었다. 독학으로 여기까지 온 내겐 대학에서 배우는 한문학은 차원이 다르게 느껴졌다.
공부가 힘들 때마다 나는 내게 최면을 걸었다. 최면은 오랜 시간 혼자 살아오면서 생존을 위해 터득한 방법 중 하나이다. 험하고 어려운 시험에 빠질 때마다 굳건하게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로지 ‘긍정적인 생각’이라는 최면뿐이었다.
‘지금의 이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남들 다 겪는 과정을 조금 늦게 겪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곳은 대학교가 아니던가? 이곳에서 이렇게나마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생기발랄한 젊은이들과 한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최고의 실력을 갖추신 교수님들의 훌륭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도 모든 것이 쉽게 주어질 수 없는 행운인 것이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이해할 뿐이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지금의 이 어려움도 자랑스러운 추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인생 최고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결혼에 실패했다는 것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외엔 별로 크게 힘들 것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혼도, 경제적 어려움도 내 인생에 있어서 큰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여자로서 결혼생활에서 실패한 것보다 더 큰 실패가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이제는 여성의 삶이 반드시 남편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지금은 남자든 여자든 각자 전문성만 갖춘다면 남편 혹은 아내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결혼이란 누구나 처음 하는 것이고 연습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누구라도 실패할 수 있다. 또한 결혼의 실패는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닌 두 사람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유독 이혼한 여자에게만 가해지는 사회의 차가운 눈총과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
나 역시 대한민국의 이혼녀들이 으레 받게 되는 냉소어린 시선들을 많이 받아보았고, 이제는 그런 것들을 이미 초월한 상태다. - 아니 초월했다고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야만 그 차가운 시선들을 이겨낼 수 있다 - 그렇게 해야만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산다는 이유로 위축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인 경제적 어려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극복 못하는 문제만도 아니다.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미래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치러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지금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고, 또한 반드시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다. 언젠가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서서 한문 강의를 할 때쯤이면, 자연히 해결될 일시적인 문제들인 것이다.
- 본문 ‘제4부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몰라도 된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