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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동유럽여행 > 동유럽여행 에세이
· ISBN : 9788964951019
· 쪽수 : 334쪽
· 출판일 : 2017-04-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씨스뜨라
+ 첫째 날(5월 2일, 월요일)
새벽의 푸념
호출택시
쉐레메찌에보 공항
호객택시
러시아 청년 사샤
<떠나기 전에 1>
+ 둘째 날(5월 3일, 화요일)
계산이 맞지 않으면 개조를 하라
아르바뜨 거리
붉은 광장이 아닌 아름다운 광장
모스크바 크렘린(마스꼽스끼 끄레믈)
성 바실리 성당
슈퍼마켓 찾아 삼만리
어둠 속에 벨이 울리고
<떠나기 전에 2>
+ 셋째 날(5월 4일, 수요일)
적응력
모스크바 투어버스
지하궁전, 끼옙스까야
감자 요리와 굼 백화점
<떠나기 전에 3>
+ 넷째 날(5월 5일, 목요일)
또 택시!
초고속 열차 삽산
마스꼽스끼 바그잘
모이까 강, 그리고 숙소
<떠나기 전에 4>
+ 다섯째 날(5월 6일, 금요일)
맑음과 흐림은 뫼비우스의 띠
에르미따쥐 가는 길과 궁전광장
그림, 또 그림
네바 강을 건너 멘쉬꼬바 궁전으로
달밤의 함박눈, 요르단 계단
과욕이 낳은 작은 사고
+ 여섯째 날(5월 7일, 토요일)
다시 에르미따쥐
중국 음식점, 하얼빈
<단상 1> : 미술품 수집과 감상할 권리
+ 일곱째 날(5월 8일, 일요일)
그리보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여름정원과 묘령의 여자
식당, 마말리가에 밀린 까잔 성당
마린스끼 극장과 한여름 밤의 꿈
<단상 2> : 여름정원에서 있었던 일
+ 여덟째 날(5월 9일, 월요일)
국가의 전승 기념일과 국민의 추모 행렬
바실리 섬과 라스뜨랄 등대
자야치 섬, 뻬뜨로빠블롭스끄 요새
바람의 다리, 뜨로이쯔끼 모스뜨
<단상 3> : 추모의 의미
+ 아홉째 날(5월 10일, 화요일)
배를 타고 뻬쩨르고프로
세상의 모든 분수, 여름궁전 아래정원
대궁전을 뒤로 하고
<단상 4> : 권력과 능력
+ 열 째 날(5월 11일, 수요일)
차고 신선했던 숲, 빠블롭스끄 공원
예까쩨리나 궁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단상 5> : 비쩹스끼 역에서
+ 열한째 날(5월 12일, 목요일)
러시아 박물관
러시아 도넛 ‘삐쉬까’와 한국 음식점 ‘서울’
뿔꼬보 공항으로
<단상 6> : 여유가 불러온 엉뚱한 생각
+ 열두째 날(5월 13일, 금요일)
집으로
<마지막 단상>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스꼽스끼 바그잘
모스크바에서 4시간을 달려와 내린 곳은 모스크바 역.
실제 기차역 이름이 마스꼽스끼 바그잘(모스크바 역)이다.
무슨 소리냐고?
나도 엄청 헷갈렸다.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이 낳은 체제를 이해하기 전에는.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이 없다. 다시 말하면 쌍뜨뻬쩨르부르그에는 쌍뜨뻬쩨르부르그 역이 없다는 말씀. 러시아 기차역 이름은 도착지 지명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모스크바에서 쌍뜨로 가려면 쌍뜨 역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 물론 반대로 쌍뜨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를 타려면 모스크바 역으로 가야 한다.
설명이 좀 더 필요하겠다.
사실, 우리가 타고 온 삽산은 레닌그라드스끼 바그잘(레닌그라드 역)에서 출발했다. ‘쌍뜨뻬쩨르부르그’가 옛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로 불렸기 때문. 그래서 기차역 이름은 아직도 옛 지명을 쓰고 있다. 그러니 모스크바에서 쌍뜨로 오려면 레닌드라드스끼 바그잘(레닌그라드 역)을 찾아야 한다.
처음엔 정말 이상했지만 한 번 타보니 기발한 발상과 합리적인 사고의 걸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크고 복잡한 기차역에서 기차를 잘못 타는 일은 꽤 흔히 일어나는 실수 아닌가. 그리고 기차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난감한 실수도 기차를 잘못 타는 경우이다. 하지만 러시아식이라면 이런 문제가 애당초 근절이다. 일단 역을 바로 찾아가기만 하면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를 탈 염려는 없으니까. 그리고 목적지 지명을 모르고 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니 역을 잘못 찾아가는 실수를 할 확률은 아주 낮을 것 아닌가 말이다.
역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아니 죽을 때까지 유연해야 한다. 단단하게 굳어지는 사고의 껍질을 늘 경계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벽으로 주변을 단단하게 둘러싸는 고지식은 노인이 걸리기 가장 쉬운 질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도 이미 질병의 언저리에 발을 디밀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남몰래 놀란다. 그렇지 않다면 ‘남몰래 놀라기’가 아니라 그것조차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열려있는 유연함’을 실천해야 하지 않는지. 하지만 나는 곧바로 실천하지 않고 생각만 하고 있다. 이것도 오래된 나의 버릇이다. 생각이 바로 말로 나가지 않는 것.
나이가 들수록 습관은 점점 고착화된다는데.
생각은 꼬리를 물고 기차는 쉬지 않고 달린다.
차창에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러시아 들판을 몇 장 찍는다.
지나가는 풍경은 왜 쓸쓸한지 모르겠다.
- 본문 ‘넷째 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