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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4950715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4-09-05
책 소개
목차
1부
증도
선혜야, 약속해
증도
여훈
낙원
여훈
2부
달래
낙원
시간의 그림자
계영
야유회
따뜻한 겨울
바람이 머물던 집
산길
See you again
3부
성수
숲 속의 집
재회
여훈
4부
성수
다시 보는 숲
달래
낙원
그날
그림이 되어버린 숲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림 같은 숲.
숲 속의 동물들.
숨은 듯 그려놓았지만 발견하는 순간 아주 선명하게 그려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 새, 사슴, 사람.
모든 생명체가 같은 빛깔로 빛나지만 모든 생명체가 제각각 뚜렷한 그림.
그 그림 속에 자신이 서 있는 듯도 하다. 영원히.
그러면서 힘없이 부서지는 의문들.
저 분들은 누구일까.
계영과 선혜는 어떻게 되었을까.
저 분들 속에 있는 게 계영과 선혜가 아닐까.
그런 의문 속에 있었던 지난 시간이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처럼 사라지고 있다. 아니다. 의문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의문에 싸여 있었던 시간들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단 말인가.
내가 알던 계영과 선혜는 과거 속에 사라졌다. 어제 발을 담갔던 강물처럼 흘러가 버렸다. 그 물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흔적을 찾았다고 우겨볼 수는 있지만 누가 증거를 대고 확인시켜줄 것인지. 모든 것이 변한다면 기억조차 믿을 수 없지 않은가. 계영과 선혜에 대한 기억. 그들의 사랑과 습관과 웃음과 말들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남아 있으며 어디까지가 정확한 기억일까.
그리고 지금 벤치에 앉아 있는 아흔이 넘은 부부.
불과 두어 달 전에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비록 한정된 기간 동안이었지만. 그리고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들의 사랑과 습관, 일상과 말투와 대화까지.
하지만.
지금 그들은 두어 달 전의 그들이 아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낯설지도 않고, 친절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여전히 다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데 말이다. 마치 3D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바로 눈앞에 있는 존재가 만져지지 않아 생생하면서도 매우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
여훈의 긴장이 물에 헤실헤실 풀어지는 한지처럼 맥이 빠졌다.
<거기 등걸에 앉으면 될 거요. 내가 밑동만 남은 걸 좀 다듬어 놨지.>
<아, 네.>
환영과 착각이 순식간에 밀려난다.
한여름의 숲.
그곳은 더 이상 그림 속도, 3D 영화 속도 아니다.
- 본문 ‘4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