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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23514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3-07-20
책 소개
목차
시작하며
가족이라는 이름의 종착역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영혼의 바람 소리
참 슬픈 단어, 대한민국 교육
잊을 수 없는 사람들
뼈저리게 아픈 기억들
평범해서 더 좋은 일상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늘 아침에 보니 현관 밖에 작은 상자가 하나 놓여 있길래 열어보니 세상에나, 국가유공자 명패가 들어 있었다. 맨바닥에. 편지 한 장 ㅤㄸㅣㄱ 넣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44년 전에 온몸이 다 찢긴 채 몇 시간을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계셨었다는 아버지처럼, 당신을 기린다는 유공자 명패마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있었다니.
국가유공자 명패를 만들지나 말든지. 영화에서도 보듯이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장갑 끼고 정중히 쟁반에 담아 들고 와서 정성껏 대문이나 현관 등 유족이 원하는 곳에 붙여주고는 거수경례하고 돌아가던데. 우리는 코로나 시국이니까 네가 알아서 붙이든지 말든지 하라고 작은 비닐봉지에 못이랑 접착제를 명패와 같이 넣어 ㅤㄸㅣㄱ 보냈다. 마스크 끼고 와서 달아주면 되지, 보훈처든 국방부든 향군이든 인원은 남아돌고 훈련도 안 하면서 국가유공자를 두 번 죽이며 유가족도 멸시하는 이 정권. 아무리 속을 가라앉히려 해도 포탄에 가신 아버지의 몸, 갈갈이 찢긴 아버지의 영혼이 자꾸만 아른거려 속이 뒤끓는다.
54년 전 2월 말, 공지천이 꽁꽁 얼어붙은 어느 날. 공지천보다 어쩌면 엄마 마음이 더 꽁꽁 얼어 있었을 그날. 며칠인지는 몰라도 전학 신고를 하고 엄마와 나는 막국수를 먹었다. 엄마는 말이 없었다. 말 없는 엄마 앞에 앉은 나는 저 건너 주방에서 오늘처럼 어떤 남자가 반죽을 하고, 국수를 내리고, 국수를 씻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나온 막국수. 처음 먹어보는 막국수였다. 아니, 처음 들어보는 국수 이름이었다.
먹자.
엄마 목소리는 낮고 갈라져 있었다. 아버지 장례 치르고, 춘천으로 이사하고. 피곤했을까? 늘 명랑했던 엄마. 다른 사람보다 한 옥타브는 높게 스타카토로 통통 튀며 대화를 이끌던 그런 엄마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날은. 나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엄마 눈치를 살피며 막국수를 천천히 비벼서 막 한 입 떠넣었는데 “훅”,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그냥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막국수를 씹고 또 씹었다. 춘천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제 본적, 그러니까 등록기준지는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30번지. 명실공히 독도 사람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독도로 주소지를 옮긴다는 사실을 알고 저는 본적을 독도로 옮겼습니다. 주민등록법 때문에 주소지를 옮길 수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독도 사람인 제가 독도지킴이인 귀여운 삽살개를 어제 업어왔습니다. 강연 갔다 오는 길에 경산에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