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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냐고 묻거든

내가 누구냐고 묻거든

박선영 (지은이)
기파랑(기파랑에크리)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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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냐고 묻거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내가 누구냐고 묻거든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23514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3-07-20

책 소개

탈북민 지원 NGO 물망초를 이끄는 박선영 교수가 언론인, 교수, 국회의원, NGO 대표 등 여자가 하기 힘든 직업과 활동을 전혀 다른 네 가지 영역에서 평생 동안 독보적으로 헤쳐온 이야기. 페이스북에 본인이 써두었던 진솔한 생각과 감정과 평범해서 더 아름다운 일상의 이야기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목차

시작하며
가족이라는 이름의 종착역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영혼의 바람 소리
참 슬픈 단어, 대한민국 교육
잊을 수 없는 사람들
뼈저리게 아픈 기억들
평범해서 더 좋은 일상

저자소개

박선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언론인, 교수, 국회의원을 거쳐 NGO 물망초를 이끌고 있다. 언론 환경이 요동치던 1970∼1980년대, 12년 기자 생활은 평생 해야 할 고민과 토론,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아파한 시간이었다. 그만큼 투철하고 지독했던 맹활약의 기간. 잘 나가던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학위 과정에 도전. 서울대 법대 최초로 4년 만에 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여성을 헌법학 교수로 반기지 않는 현실과 차별 속에 겨우 법대 교수 자리를 얻어 정년 퇴임까지 강의했다. 20년 교수 생활 중 비례 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돈 한 푼 내지 않고 국회의원이 됐다고 공개적으로 상욕까지 들어야 했지만, 4년 임기 내내 대변인을 맡아 제3당의 존재 가치를 높였다. 기자 생활과 법대 교수 경력 때문에 정책위의장까지 맡겨져 고군분투해야 했다. 힘들었지만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국회를 나와서 만든 NGO 물망초는 우파의 시민 단체 중 진성 회원이 가장 많다. 탈북자, 국군포로, 납북자, 북한 인권 활동도 독보적이다. 사람들은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를 외치며 12일간 단식하다 쓰러지던 박선영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북한 인권과 탈북자 문제가 CNN, BBC, AFP 등을 통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는 사건이었다. 어느 일간지 1면 톱 기사 제목처럼 ‘40kg 그녀 세계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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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오늘 아침에 보니 현관 밖에 작은 상자가 하나 놓여 있길래 열어보니 세상에나, 국가유공자 명패가 들어 있었다. 맨바닥에. 편지 한 장 ㅤㄸㅣㄱ 넣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44년 전에 온몸이 다 찢긴 채 몇 시간을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계셨었다는 아버지처럼, 당신을 기린다는 유공자 명패마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있었다니.
국가유공자 명패를 만들지나 말든지. 영화에서도 보듯이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장갑 끼고 정중히 쟁반에 담아 들고 와서 정성껏 대문이나 현관 등 유족이 원하는 곳에 붙여주고는 거수경례하고 돌아가던데. 우리는 코로나 시국이니까 네가 알아서 붙이든지 말든지 하라고 작은 비닐봉지에 못이랑 접착제를 명패와 같이 넣어 ㅤㄸㅣㄱ 보냈다. 마스크 끼고 와서 달아주면 되지, 보훈처든 국방부든 향군이든 인원은 남아돌고 훈련도 안 하면서 국가유공자를 두 번 죽이며 유가족도 멸시하는 이 정권. 아무리 속을 가라앉히려 해도 포탄에 가신 아버지의 몸, 갈갈이 찢긴 아버지의 영혼이 자꾸만 아른거려 속이 뒤끓는다.


54년 전 2월 말, 공지천이 꽁꽁 얼어붙은 어느 날. 공지천보다 어쩌면 엄마 마음이 더 꽁꽁 얼어 있었을 그날. 며칠인지는 몰라도 전학 신고를 하고 엄마와 나는 막국수를 먹었다. 엄마는 말이 없었다. 말 없는 엄마 앞에 앉은 나는 저 건너 주방에서 오늘처럼 어떤 남자가 반죽을 하고, 국수를 내리고, 국수를 씻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나온 막국수. 처음 먹어보는 막국수였다. 아니, 처음 들어보는 국수 이름이었다.
먹자.
엄마 목소리는 낮고 갈라져 있었다. 아버지 장례 치르고, 춘천으로 이사하고. 피곤했을까? 늘 명랑했던 엄마. 다른 사람보다 한 옥타브는 높게 스타카토로 통통 튀며 대화를 이끌던 그런 엄마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날은. 나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엄마 눈치를 살피며 막국수를 천천히 비벼서 막 한 입 떠넣었는데 “훅”,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그냥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막국수를 씹고 또 씹었다. 춘천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제 본적, 그러니까 등록기준지는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30번지. 명실공히 독도 사람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독도로 주소지를 옮긴다는 사실을 알고 저는 본적을 독도로 옮겼습니다. 주민등록법 때문에 주소지를 옮길 수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독도 사람인 제가 독도지킴이인 귀여운 삽살개를 어제 업어왔습니다. 강연 갔다 오는 길에 경산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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