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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547078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2-06-15
책 소개
목차
1. 솔로가 아름다운 이유
2. 동생의 남자친구
3. 하늘의 여왕
4. 밥 같은 여자
5. 그럴 듯한 말
6.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7. 찜하면 임자
8. 사랑 받고 싶은 게 죄인가
9. 완벽한 미스터리
10. 속셈하는 사이
11. 최선의 의도
12. 한 방이면 역전
13. 원하고 원망한다
14. 너는 어디에
15. 사랑의 근원
16. 완벽한 배우자
저자소개
책속에서
칵테일 바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영업시간인데 기물을 부서지고 깨졌다. 용석은 그렇게 만들어놓고도 비틀대며 여전히 진열장의 양주를 꺼내려 했다. 동료직원이 말리며 야단쳤지만 듣지 않았다.
“그만 좀 해요. 사장님 곧 오세요.”
“내버려둬. 내버려두란 말이야.”
그는 러시아산 보드카를 열어 미친 듯이 마셨다.
“왜 이렇게 된 거야. 용석아.”
재인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손을 쓸 수 없었다. 민아가 헤어지자고 한 것이 이렇게 힘들게 했나보다.
멀리 골목에서 내려오는 택시가 보였다. 재인은 팔을 마구 흔들어 택시를 세웠다. 용석은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윽, 얼마나 마신 거야.”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듣지 못했다.
재인은 있는 힘껏 용석을 택시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축 처진 몸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손에서 놓치자 용석이 그대로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재인은 흠칫 놀라 용석의 팔을 잡아당겼다. 용석은 꼼짝도 하지 않고 더욱 눌러 앉아버렸다.
“눈 좀 떠봐? 못 일어나겠어?”
뺨을 두드리니까 그가 반응을 하며 겨우 눈을 떴다.
“재인이 누나?”
“그래, 나야. 알아보겠어?”
“나 끝났다. 아주 끝났어.”
용석은 실성한 것처럼 실실 웃더니 갑자기 주먹을 쥐고 시멘트 바닥에 찧어댔다. 손등은 금방 까지고 피가 흘러내렸다.
“용석아, 이러면 안 돼.”
그는 괴로운 심정을 그렇게 표출했다. 주먹질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제정신이 아니었다.
“알아. 알아. 아니까 그만해.”
재인은 끔찍하게 몸을 학대하고 있는 용석을 두 눈 뜨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차라리 자신이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나가 뭘 아는데?”
“나도 누군가를 사랑해.”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젖은 한숨을 토했다. 그는 흐릿한 초점을 억지로 맞추고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용석아, 더 이상 못 기다리겠어. 네 여자가 되고 싶어. 널 사랑해.”
갑자기 용석은 선혈이 얼룩진 손을 들어 재인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끌려가는 재인은 불안한 눈동자로 눈물을 흘렸다. 용석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입술을 포개었다. 재인은 떨리는 입을 벌리고 받아들였다. 가슴 한쪽에서 통증이 왔다. 상처 받은 용석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했다. 재인은 위로하고 싶어서 정열적으로 입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용석은 거리낌 없이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이제 그의 존재가 확실하게 다가오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의 다정한 포옹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내일 용석이 술에서 깼을 때 이 순간을 기억했으면 했다. 혼자서만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