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5471271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3-09-1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황금의 지배자.
제1화. 반항의 대가 (1)
제2화. 반항의 대가 (2)
제3화. 부서진 조각들.
제4화. 추운 겨울…그리고.
제5화. 시린 가슴.
제6화. 암흑의 기억.
제7화. 백색의 성.
제8화. 사랑한다는 애절한 말.
에필로그.
번외.
저자소개
책속에서
푸르게 일렁이던 불꽃은 점차 붉은빛으로 바뀌어 갔다. 담배 하나를 반쯤 태웠을 무렵, 그가 내선 전화기를 들어 주방으로 연락을 넣었다.
―예. 주인님.
“내 방으로 먹을 것 좀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연락을 넣은 지 채 오 분도 지나지 않아 하녀 중 하나인 샤샤가 디온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주인님, 말씀하신 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들어와.”
그의 말에 하녀 샤샤가 방 안으로 들어와 테이블 위에 제법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차례대로 올려놓기 시작했고 디온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재랑만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윽고 테이블 위에 음식이 빼곡이 쌓이자 그가 손을 앞뒤로 흔들며 나가라 손짓했다.
“그만 나가 봐.”
이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재빨리 방을 떠났다.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안 먹지 않아 배고플 테니, 어서 먹어.”
꽤 친절하게 권했는데도 재랑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내내 침묵만 일관했다. 이에 둘은 본의 아니게 대치 상황이 되었다.
갓 데운 콘 스프가 서늘한 바람에 그 온기를 모두 빼앗길 무렵, 디온이 스프가 담긴 그릇을 통째로 손에 들고는 재랑을 향해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았다. 낮게 깔린 저음이 섬뜩하여 순간 온몸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먹어.”
“싫어요.”
“먹어.”
“싫다니까요.”
“좋은 말로 할 때 먹어.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야.”
“싫어요.”
재랑이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며 날이 잔뜩 선 고양이처럼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아직도 등을 활처럼 둥글게 휘며 디온을 향해 독기 어린 시선으로 쏘아봤다. 그러자 디온이 여자처럼 긴 속눈썹을 밑으로 내리깔며 이미 식어 버린 콘 스프를 숟가락으로 떠 한 입 베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일 속셈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가 앙칼지게 닫혀 있던 그녀의 입을 열기 위해 양쪽 볼을 손으로 꾹 눌렀다. 디온의 예상대로 재랑이 거친 비명을 질러 대며 그의 완벽한 도발에 넘어와 버렸다. 이내 디온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입술이 뜨거운 열기를 보듬은 재랑의 입술과 포개어졌다.
꿀꺽.
차갑게 식었던 스프가 서로의 입안에서 뜨겁게 달궈져 재랑의 목으로 꿀꺽 넘어갔다. 그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던 그녀가 바동거린 게 민망할 정도로 디온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자 재랑에게서 한 발짝 떨어졌다.
재랑은 제 옷깃으로 입술을 박박 문지르며 그를 노려보다 말고 앙칼지게 대들었다. 이미 눈동자는 독기로 젖어들어 날카로운 칼날처럼 번뜩였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내 인내심을 테스트한 건 너 아니었나?”
둘 사이에선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