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야기
· ISBN : 9788965642619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1-01-10
책 소개
목차
연대표
서문: 사라졌으나 잊혀지지 않는 노래 / 김미정
침묵하던 목소리들의 귀환 / 이용우
캄보디아 대중음악과 정치적 음악: 시아누크의 전전 황금기부터 폴 포트의 크메르루주 정권까지 / 린다 사판, 네이트 훈
캄보디아 대중음악 황금시대의 음반 카탈로그
1960년대 캄보디아 음반 커버에 드러난 ‘최근성’과 도시의 삶 / 로저 넬슨
캄보디아 빈티지 뮤직 아카이브의 음악 보존에 대하여 / 움 로따낙 오돔
[토크] 캄보디아 대중음악의 황금시대
필자 소개
찾아보기
책속에서
캄보디아가 본격적으로 세계적 조명을 받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초반 롤플레잉 게임을 기반으로 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포스트모던 어드벤처 영화인 〈툼 레이더(Lara Croft: Tomb Raider)〉(2001)의 촬영이 이뤄지고 난 이후였다. 영화는 고고학이라는 서구적 렌즈를 통해 아시아의 미지 세계 탐구라는,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1984)의 세계관과 동일한 활극적 오리엔탈리즘의 전유를 통한 구원 서사 체계 안에서 캄보디아라는 원시성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축축하고 습기 찬 소멸 직전의 원초적인 모성적 공간으로 타자화된 캄보디아의 정글과 컴퓨터 그래픽처럼 정교하게 하이퍼섹슈얼화된 여성 히로인 라라 크로프트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을 시엠립으로 불러들이기에 충분한 기이하고도 매력적인 병치를 이끌어냈다. 캄보디아 정부는 영화의 성공에 발 빠르게 대응해 당시 제대로 된 국제공항도 고속도로도 없던 시엠립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2세기에 지어진 ‘미지의 세계’ 앙코르와트는 이제 새로운 시대적 조류에 부응해 관광 인프라 개발을 통해 캄보디아의 문화관광 국책 사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포스트모던 아케익의 스펙터클로 ‘상상’된 원시성의 캄보디아가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낙후된 ‘현실’의 캄보디아를 구원한 것이다.
― 이용우, 「침묵하던 목소리들의 귀환」
흥미로운 지점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베트남 각지에 세워진 GI 라디오 전파 신호를 통해서 국경을 넘어 흘러들어 온 60년대 미국 팝의 영향력이다. 캄보디아의 젊은이들은 라디오를 통해 비틀즈와 비지스 등 영미의 로큰롤에 노출되었고 이를 캄보디아의 로컬 신(scene)과 조율하려는 음악인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후반 미소 우주 전쟁과 베트남 전쟁으로 촉발된 사회문화적 불안으로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며 물질문명을 부정하던 서구 히피 세대의 로큰롤은 반전운동과 청년문화를 주도했고,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되어 미국식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적 가치관에 반기를 들었다. 이러한 대중음악의 전 지구적 조류들은 1960년대 당시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동차, 텔레비전, 라디오와 음반산업의 구조 개편이라는, 미디어를 통한 물질적 토대와 대중문화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 이용우, 「침묵하던 목소리들의 귀환」
아도르노는 녹음된 음악이 진정한 의미에서 ‘글쓰기’에 가깝다고 믿었다. 그래머폰 레코드에 각인된 다양한 의미들, 그리고 이것을 ‘청취’한다는 행위는 다분히 청각이라는 개별적 감각을 뛰어넘어 우리가 현재에서 과거를 생생하게 재현해낸다는 일종의 타임슬립으로서의 공감각이다. 잃어버린 아카이브가 촉발하는 음악으로 매개된 감정의 파동들, 소실되어 사라진 역사적 파국이 레코드의 홈을 따라 유령처럼 서서히 재래하는 순간들, 전통과 혼종의 문화적 접변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근대성의 조건들은 단지 고립되고 분리되며 변형된 아카이브의 기록이라는 추상적 기록의 메커니즘에 포섭되지 않고, 감각을 응집하고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재정의하며 청취의 테크놀로지 안에 각인된 어떤 ‘문화적 정신 상태’를 해방시키는 현재진행형의 청각적 현대를 구현해내고 있다.
― 이용우, 「침묵하던 목소리들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