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도록
· ISBN : 9788965642633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1-03-15
책 소개
목차
인사말 / 윤범모
후원사 인사말 / 정의선
산소와 일산화이수소 / 이지회
유사가족 조각, 예술 공동체 / 양효실
멜랑콜리아의 환류: 양혜규의 공기와 물 / 이용우
전시 전경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
래커 회화
크로마키 벽체 통로
구각형 문열림
소리 나는 가물(家物)
소리 나는 접이식 건조대
디엠지 비행
솔 르윗 뒤집기
목우공방 - 108 나무 숟가락
소리 나는 동아줄
소리 나는 백설 어수선 불룩
중간 유형
오행비행
진정성 있는 복제
전시 도면
작가 및 필자 소개
전시 작품 목록
전시 연계 프로그램
책속에서
더운 공기 중 수증기가 찬 물병 표면에 물방울로 응결되어 맺히듯이,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 등의 조건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물병 안의 질량은 변하지 않았고, 땀방울처럼 표면에 맺힌 물은 내부에서 탈출한 것이 아니다. 작가의 은유에서는 안의 물이 마치 물병을 뚫고 밖으로 나온 것과 같이 서로 ‘통했다.’ 양혜규는 물의 응결을 “조용하고 신중한 소통의 모델”로 여기며, 이를 은유 삼아 공동체적 관계 맺기의 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서로 다름을 인지하고 유지한다면, 눈물과 땀이 흐르더라도 함께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맥락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는 물질과 부유하는 의미, 그 은유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소용돌이치는 태풍이 인간에게는 극복해야 할 재해이지만, 태풍의 입장에서는 단지 물과 공기의 움직임으로 배치를 바꾸는 일일 뿐이다. 무서운 속도로 인간을 숙주 삼아 영역을 뻗어가는 바이러스도 그 미생물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극도의 인간 주도 개발이 야기한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작용으로 읽힐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은 그저 이 격동적인 물질의 역장 속 한 유형일 뿐이다. 와츠지 테츠로가 기후란 ‘우리가 누구인가’의 문제라 한 것을 다시 상기해본다면, 양혜규는 그 역장 속에서 ‘우리’라 여기며 연대할 수 있는 개체를 더 내밀하게 들여다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