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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700586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2-01-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첫 번째 안부 -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오래 기뻐하고, 잠깐만 걱정하기
털어내거나, 두고두고 우울해하거나
지금 당신 표정이 보이나요?
조금만 힘들어하고 조금만 울고, 이제 그만 행복해지렴
무언가가 있어야만 당신은 행복해지나요?
두 번째 안부 - “실례지만 몇 살이세요?”
이 아이를 어쩌면 좋담!
인형의 집으로 놀러 오세요
죽기 전에, 잠깐 내 말을 들어봐
세 번째 안부 - “오늘은 뭘 드셨나요?”
그런 걸 먹고도 괜찮겠습니까?
소리가 내 몸에 말을 거네
너는 또 주었구나,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네 번째 안부 - “좀 쉬었다 갈까요?”
마음 놓고 살아본 적 있어요?
느긋하게 바빠야 해요
마음이 이야기할 땐 말이 입을 다문다
다섯 번째 안부 - “제가 무례를 범하진 않았나요?”
나비처럼 상냥하게, 다정한 대화 속을 거닐다
쓱싹쓱싹 그냥 지워버려!
여섯 번째 안부 - “내가 충분히 매력적인가요?”
꿈이 당신에게 반해서 프러포즈하는 날
눈빛보다 얼굴보다, 네 등을 보여줘
그냥 너 때문에 울고 싶어
일곱 번째 안부 - “지금 이 곳이 마음에 드나요?”
놀지 못하면 자유인이 아니다
삶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곳에 너를 오래 놓아두지 마
여덟 번째 안부 - “저랑 한 곡 추실래요?”
물이 스며드는 핑크빛 스펀지처럼, 나는
유연하게, 리드미컬하게, 내 인생과 화해하기
아홉 번째 안부 - “지금 떠나도 괜찮겠습니까?”
시간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지
즐거웠어, 그동안 고마웠어!
기쁨과 마주 보고 울기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전해 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인생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여행이 왜 멋지지? 짐을 꾸리고, 지도를 찾고, 돈이 떨어지고, 황홀한 풍경에 넋을 잃고, 길을 잃고, 추운 밤을 지새우고, 천사와 악당을 만나고, 가끔은 울고도 싶어지는데 왜 사람들은 길을 떠날까? 다름 아닌 그 모든 걸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지. 고생을 각오하고, 위험을 알면서도 떠나는 거야. 떠나고 느꼈다는데 의미가 있는 거니까.
우리의 삶은 그렇게 스스로 선택한 여행이라고, 그 아이들에게 일러줘. 마음 가득 느낌과 감동을 담으러 떠나온 길이라고. 그러니까 그 길 끝까지 한번 가보라고. 좌절이 오면 좌절을, 슬픔이 오면 슬픔을, 기쁨이 오면 기쁨을 기꺼이 느끼면서 그 길을 즐겨보라고. 타고 가는 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고 여행을 그만두어버린다면 너무 아깝지 않아? 진짜 멋진 풍경은 버스에서 내려서 시작되니 제발 그 ‘사춘기’ 버스에서 뛰어 내리지 말라고 일러줘.
그리고 우리의 여행은 반드시 돌아갈 날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라고. 돌아와서는, 모아 온 추억들을 차곡차곡 이야기하며 웃기 위해서 그렇게 슬프고도 행복했던 거라고, 틀림없이 그렇다고, 이 늙은이의 말을 네가 잊지 말고 전해줘야 해.”
나는 그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며 약속했다. 나의 목소리가 닿는 곳까지 그의 이야기를 전해주겠노라고, 그리고 나 또한 흔들림 없이 이 정답고도 사치스러운 여행을 계속 하겠노라고.
- 82p. 죽기 전에, 잠깐 내 말을 들어봐
나는 준비해간 칫솔을 한 명 한 명 목에 걸어주었다. 아이들이 칫솔을 잃어버리거나 누군가에게 뺏기게 하지 않기 위해서(인도에서 플라스틱 제품은 꽤 비싸다) 칫솔 손잡이 부분에 난 구멍에 리본을 꿰어 목걸이처럼 만들어두었던 것이다.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과 칫솔을 달랑거리며 수돗가로 가서 함께 이를 닦았다. 오른쪽, 왼쪽, 위로, 아래로…… 수돗가의 아이들과 하얀 이가 반짝반짝 빛났다. 그 다음 날, 다시 함께 이를 닦기 위해 그 학교를 찾아갔을 때 한 아이의 가슴에 매달려 있어야 할 칫솔이 보이지 않았다. “나심! 칫솔 어디 있어?”
소년은 머뭇머뭇 대답했다. “동생에게 주었어요.” “왜? 너는 이 닦기 싫었어?” 동생이 없는 나는 철없이 물었다. “아니요!” 아이는 세차게 도리질을 쳤다. “이를 닦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닦는 것도 재밌고, 그래서 동생에게 주었어요.” 아아…… 눈물이 핑 돌도록 부끄러웠다. 아이는 주는 법을 알고 있었던 거다. 내가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주는 법을. 나심에겐 동생이 네 명이나 있다고 했다. 갖고 간 칫솔은 이미 다 나눠주고 없었으므로 나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어린이용 칫솔 다섯 개를 더 샀다. “한국에서 갖고 온 것만큼 좋은 칫솔은 아니지만 내 용돈을 털어 산 거니까 받아줘. 그리고 동생들에겐 네가 이 닦는 법을 잘 가르쳐줘야 해.” 나심은 칫솔을 받아 들고 목이 메는지 고개만 끄덕끄덕 했다.
내가 돌아가려 할 때 나심이 내 가방 안에 무언가를 잽싸게 집어넣고 도망친다. 꺼내보니 시든 코코넛 잎에 무언가가 싸여 있다. 작은 바나나 한 개와 사탕 두 개. 학교에서 받은 간식이다. 나심, 너는 또 주었구나,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 122p. 너는 또 주었구나,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주위에 눈에 띄게 우아하고 기품 있는 사람이 있지? 그가 걸을 때나 앉아서 차를 마실 때를 눈여겨봐. 그는 틀림없이 석고상처럼 꼿꼿하게 척추를 세우고 있을 거야. 모델아카데미나 차밍스쿨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도 바로 척추를 펴서 세우는 법이거든.
다들 ‘가슴을 열어요.’라고 하잖아. 나는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늘 ‘등을 여세요.’라고 해. 활짝 열린 가슴으로는 애정이 들어올지 몰라도 활짝 열린 등으로는 자존심이 들어와. 삶에 대한 긍지, 활기 같은 것 말이야.”
그는 정말로 단 한 순간도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법 없이 곧고 반듯하게 몸을 놀렸으므로, 그와 함께 있으면 나까지 약간 긴장을 하고 스스로의 자세를 체크하게 됐다.
“나를 찾아와서 하는 상담들이란 게 대부분 똑같아. ‘사는 게 시들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고 늘 피곤해요. 허리가 아파요.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에게 나도 똑같은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지. ‘일단 허리를 펴세요! 척추 하나하나를 쭈욱 늘여서 당당하게 서세요. 목뼈도 똑바로 일으켜 세우시고요, 키가 3센티미터는 더 커질 테니. 항상 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2주일 동안만 지내보세요. 그러고도 문제가 남아 있다면 저를 다시 찾아오세요.’
척추가 바로 서고 자세가 당당해진 사람이 더 이상 무기력에 빠져 있거나 사랑받지 못하기란 아주 힘들지. 자세가 그만큼 중요해. 기회도, 에너지도, 사랑도 다 너의 자세를 보고 찾아드는 법이니까.”
- 192p, 눈빛보다 얼굴보다, 네 등을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