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702733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5-10-19
책 소개
목차
Part 1. 마음의 장난에 속지 않는 법
1. 그리하여 나는 머리를 깎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
2. 아주 작은 완성
3. 지키는 것과 안 지키는 것이 뭐가 달라요?
4. 출구는 사실 입구에 있었다
5. 낮꿈을 디자인하는 방법
6. 내면으로 더 깊이
7. 걱정, 그대의 픽션
8. 보시기에 좋은 얼굴
9. 돌아온 200달러
10. 기이한 현상들
11. 확실하게 복수하는 방법
12. 세 가지 감사
13. 하루에 반 발자국이라도
14. 지구 종말에 관한 고찰 하나
15. 그래야 하므로 그럴 뿐
16. 숙명을 설명해줄 두 개의 거울
17. 도道 닦는 사람들
18. 밥 한 숟갈 나누는 공덕의 결과
19. 타고 온 뗏목은 버려라
20. 생각이 놓인 그 자리가 모든 해결의 자리
Part 2. 일상에서 마음 해탈하기
21. 즉석 진통제 대신 이것!
22. 본능을 극복한 고양이
23. 갈망과 환상에 관한 작은 에피소드
24. 이해, 존재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
25. 건강은 마음의 구조에 달린 것
26. 위로보다 지혜
27. 복숭아가 사람을 먹다
28. 혼자 사는 사람
29. 쿨하게 놓아주기
30. 꺼진 촛불은 어디로 갔나요?
31. 생각고문
32. 그대는 빠져 나가야 할 감옥에 있다
33. 내가 철학이 아닌 종교를 선택한 이유
34.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되는’ 것
35. 거기는 너무 위험하지 않니?
36. 구두바닥 말고 발바닥
37. 그대가 그렇게 목말라하던 바로 그 사랑
38. 일곱 가지 보물
39. 생각 이전에 작동하는 것
40. 위기를 모면하게 해주는 본능과 지혜와 사랑
41. 지구가 무너져버렸다
42. 스리랑카의 설날
43. 눈물
44. ‘있음’의 파워
45. 마음의 감옥
46. 오늘 아침은 메리 모닝
47. 사랑해 영원히?
48. 그대는 불금, 나는 적금
49. 심플라이프
50. 미묘한 소통
51. 맞고 놓을래, 그냥 놓을래?
52. 그럼 사랑인 거니?
마치며
저자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유난히 자아가 강한 사람들이 있다. 내가 꼭 무엇을 해야 하고, 내 뜻대로 무엇이 되어야 하고. 이런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에 대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그런 능력 때문에 그렇게 자아가 강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성공을 거듭하게 되면 이 사람은 결국 ‘이 모든 것을 내가 했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물질계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힘이 자신의 뜻대로 운용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 사람의 내면에서 그 ‘내가 했다.’의 ‘내’가 ‘내가 한 노력’의 양보다 더 강하게 굳어지면서 ‘나’라는 것이 모든 것들의 우위를 점령하게 된다.
그때 전체적인 다르마 또는 현상계는 이상한 기미를 알아챈다. ‘뭐? 네가 했다고? 이 사람이 위험하다. 제자리에 돌려놓아야겠다.’하는 자비를 일으키면서 이 사람의 잉여 포텐셜인 그 ‘나’를 부수기 시작한다. ‘내가 했다.’라고 믿었던 것들이 하나, 하나, 순식간에 부서져 나간다. 사업이 부도나고, 병이 나고, 가정이 파괴되고…. 이렇게 극단적인 일들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가 점점 더 악화되고, 도움의 손길은 끊어지고, 믿었던 사람들은 등을 돌린다. 그럼, 이 사람은 순식간에 자신이 의지하고 있던 세계가 사라지는 공포를 겪는다. 마치 자기 발밑의 땅이 한 조각, 한 조각 아래로 꺼져 버리는 듯한. 그러면서 이 사람은 스스로 강하게 구축해 놓았던 그 ‘나’가 흔적도 없이 부서져버림을 경험한다. 바로 우주의 자비가 정확히 과녁을 맞힌 것이다.
- 43p, 내면으로 더 깊이
내가 스리랑카에 처음 와서 공부하던 시절, 그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기후와 음식이 맞지 않아 몸이 많이 아팠고,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반면에 해야 할 일은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 초창기에는 그 뜨거운 교실에서 학교 수업을 듣고 돌아오면 몸은 파김치가 되었다. 빠알리어와 영어로 듣는 수업은 한국에서 들었던 수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복습하고 하다 보면 내 시간이 채 5분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학자가 아니라 수행자가 아닌가? 그러면 마지막 5분이라도 파김치가 된 몸을 벽에 기대고 호흡을 보며 내면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러다가 잠들기가 태반이다. 어느 날은 심장이 너무 아파 책상이 바로 1m 앞인데 책상 앞에 앉지도 못했다. 결국 21일간 학교도 못 가고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했다. 정말 생전 처음 학교를 빠져야 했다. 그래도 나는 그 시간이 아까워서 아픈 심장을 바라보며 관찰했다. 공부를 못하면 누워서 수행이라도 건지자. (...)
너무 아프고 너무 피곤해서 하루에 단어 하나 외울 기력도 없으면 하다못해 반이라도 외우자. 나의 철학은 ‘하루에 한 발자국 못 나가면 반 발자국이라도’였다. 그러면 이틀이면 한 발자국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니까. 어쨌든 목표를 향함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
단지 멈추지만 말고, 하루에 단 반 발자국이라도 목표를 향하여 몸을 기울여놓아라. 동쪽으로 기울어진 나무는 언젠가는 동쪽으로 쓰러질 것이다.
- 97p, 하루에 반 발자국이라도
한 젊은 남자가 갓난아기를 팔에 안은 채 물통의 스위치를 신경질적으로 눌러대고 있었다. 그 사람이 누르고 있는 스위치는 붉은색이었다. 그러나 물은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이 남자는 더욱더 신경질적으로 스위치를 눌러댔다. 거기에는 붉은색, 흰색, 파란색 스위치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영어로“Hot water is not available(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붉은 글씨로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정황으로 미루어 보니 이 남자는 아이에게 따뜻한 물을 먹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확실하지 않아 나는 조용히 다가가서 파란색 스위치를 눌렀다. 차가운 물이 주르륵 흘렀다. 남자가 말했다.
“I need hot water(나는 뜨거운 물이 필요해요).”
그랬다, 내 직감이 맞았다. 나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붉은색 스위치 밑에 쓰인 그 게시글을 가리켰다.
“Hot water is not available(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그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알았고, 그대로 아기를 안고 다른 곳으로 갔다.
현재의 진실인 그 글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은 그의 갈망이었다. 아이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 그래서 그는 나오지도 않는 더운물 버튼을 붙들고, 비록 몇 분이지만 승강이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진실이 가려진 환상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환상,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그리고 그는 나오지 않는 더운물이 원망스러워 순간적으로 고통스러웠고…. 잠시 후, 그 글을 읽은 후에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일어났고, 갈망도 환상도 고통도 모두 멈추었다. 진실을 확인한 후에는. 우리는 일생 내내 이러한 작은 에피소드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진실의 사인을 놓친 채.
- 158p, 갈망과 환상에 관한 작은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