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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707318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8-12-07
책 소개
목차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첫 번째 의사
◎ 그날의 일기_ 우린 그런 사람 아니잖아
두 번째 의사
◎ 그날의 일기_ 약속은 언제나 다음 주로
세 번째 의사
네 번째 의사
◎ 그날의 일기_ 어쩐지 집이 지저분하더라니
다섯 번째 의사
그러다 문득
내과의사
◎ 우울증을 바라보는 시선들
여섯 번째 의사
일곱 번째 의사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하도 포시랍게 자라서 그래.”
“그렇게 약해 빠져서 험한 세상 어찌 살겄냐.”
“너보다 더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야.”
내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조차 스스로를 거세게 다그쳤다. 몹시 힘든데, 힘든 게 아니라고 했다. 힘들 리가 없다고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져보는 갱지와 OMR 답지. 일주일에 파티를 몇 번 가느냐는 등의 질문을 표현만 조금씩 바꿔서 자꾸 묻는다. 어색한 문장을 보니 1970~80년대 서양에서 만든 검사지를 그 당시 우리말로 직역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상태를 물어보는 질문들을 마주하니 약간의 서러움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다.
정성을 다해 체크를 하고 간호사에게 갖다 줬다. 5분이 채 지났을까. 곧바로 결과지를 뽑아다 주는 게 아닌가! 이건 분명 미리 준비한 결과지에 이름만 프린트하는 데 딱 맞는 시간이다. 이 검사를 받겠다고 지불한 피 같은 내 돈 15만 원. 신뢰도가 확 무너졌다.
큰아이 학교 발표회 날짜가 잡혔다. 보름 전부터 서서히 컨디션 조절을 시작했다.
발표회 당일 아침, 기적적으로 맑은 정신이 들었다. 우선, 커피를 다섯 잔 마셨다. 그리고 따스한 볕을 따라 전력질주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학교로 향했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천방지축 작은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없는 척하며 스리슬쩍 긴 대화를 피했다. 다섯 잔이나 마신 커피의 카페인 때문에 손을 덜덜 떨고 약간 헛소리를 한 것도 같지만, 뭐 그 정도는 실없는 여자라고 넘길 만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위기를 넘겼고 뿌듯한 마음에 저녁에는 아이들과 함께 외식까지 했다.
그날 밤, 아이들을 양 겨드랑이에 끼고 침대에 누우니 그야말로 엄마 미소가 퐁퐁 솟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