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65964988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2-02-21
책 소개
목차
서장 감기지 않는 눈
1장 어쩌면 러브 스토리1
2장 어쩌면 러브 스토리2
3장 귀빈
4장 귀신 잡아먹는 우물
5장 치조
6장 담비 동자
7장 삼십 년 술래잡기 1
8장 삼십 년 술래잡기 2
9장 어떤 사랑은
10장 SOS PUPPY
11장 우리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더라도
12장 배웅
13장 길 찾기1
14장 길 찾기2
종장 새로운 시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손님은 응접실 소파에 허리를 세우고 앉아 벽면마다 전시된 골동품과 미술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 초승달 같은 눈썹, 가늘고 길게 빠진 눈꼬리, 참빗으로 곱게 빗어 넘긴 올림머리가 꼭 미인도를 연상케 했지만 갸름한 턱 선이나 오묘하게 찢어져 올라간 입가가 보통의 미인도의 푸근함과는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낸 것일 텐데 요즘 경성에서 유행하는 차림새는 아니니 지방에서 오셨으려나? 손님은 두겸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알았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인간이 붙인 이름 중에서는 토지신이 가장 그럴듯하겠군요.”
사근사근한 말투다.
“자연의 영물은 본래 인간에게 무관심한 편이지요. 헌데 그런 우리 사이에서도 당신은 유명하더이다.”
종종 눈앞의 손님과 같은 존재가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거나 문제 해결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곤 했다. 그럴 때 두겸은 그저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인데, 그 같은 두겸의 이야기가 손님 같은 존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져나간 모양이었다.
후우. 두겸은 심호흡을 했다. 삽을 들고 혼자 손님의 텃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건 여러 사람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이다. 특히 이 장소를 집으로 삼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은 목격할 필요 없다. 푹, 푹. 텃밭을 파헤치는 삽질엔 의욕이 없었다. 두겸은 이 아래에서 자신이 발견할 것이 무엇일지 알고 있었다. 만개 하다 못해 이제는 극성을 부리는 것만 같은 흰 꽃들 사이, 시들어 버린 덩굴 아래, 새카만 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철의 시체였다. (…) 두겸은 비틀거리며 텃밭에서 나와 여관 툇마루에 주저앉았다. 오래전 그의 도움을 받은 마을신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겁줄 때 말을 듣지 않으면 괴물이 잡아갈 것이라고 하지. 그런데 말야. 진짜로 있어. 나쁜 아이들을 잡아가는 귀신이. 그것은 사람들의 염원을 듣고 와.
-말도 안 돼요.
당시 두겸은 그렇게 대답했었다.
-귀신이 누구 좋자고 나쁜 아이들을 골라 잡아갑니까?
히히히히. 마을신은 웃었다. 그리고 두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귀신 좋자고 잡아가지. 왜냐하면 그런 아이들은 사라져도 아무도 찾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