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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271474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7-12-0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꽃도둑/ 괭이밥/ 게발선인장은 겨울에 핀다/ 구절초/ 꽃의 힘/ 꽃밥/ 봄맞이꽃/ 석산/ 만삭의 봄/ 엉겅퀴꽃/ 파리지옥/ 엄마의 꽃밭/ 꽃이 피는 내력
제2부
오월, 왁자한 생의 바다/ 즐거운 식사/ 병아리 뽑기/ 살보리심/ 마산만의 막내야/ 난시/ 손/ 영접/ 이제 됐어?/ 풀이 아니어서 미안해/ 찔레꽃 피면/ 터치 터치 내 사랑/ 노란 예수님/ 맞짱
제3부
변명/ 종일 나랑 놀았다/ 가을 바람나다/ 임신/ 풋콩 까는 시간/ 손금/ 열꽃/ 누에/ 집 사던 날/ 빈집/ 어머니의 둥지/ 비비새 날던 날/ 황매산/ 내소사에서/ 파래/ 막순이/ 현봉선생 1/ 현봉선생 2/ 조야
제4부
도중하차/ 경쟁/ 한낮/ 그림자놀이/ 돌멩이 탑/ 금강산에 언제든 갈 줄 알았다/ 정치가 내 결혼에 미친 영향/ 기아 소녀와 콘도르/ 촛불광장의 아리아/ 아름다운 상상/ 안장/ 햇살 눈부신 거리에서/ 구조의 탑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그랬지
네가 사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고
담장 너머 바다가 있다고 아무리 을러도
나는 네게 가서 피어날 거야
보도블록 틈새엔 먼지들이 살지
먼지들이 모여 흙이 되지
쓰리고 아픈 흉터가 뭉쳐 나를 키운다는 거
세상의 작은 것들은 다 알아
내가 샛노랗게 발정하고
볼이 미어터지게 익어가는 것은
먼지만큼의 힘을 갖고 싶기 때문이야
가끔씩 아래를 봐
샛노란 내 프로포즈를 받아줘.
- 「괭이밥」 전문
나하고 나랑 그렇게 창가에 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고 도란도란
세상이 나한테만 혹독하다고 하소연하는 내게
너는 가만가만 나직하게 내려다보며 뚝뚝 울어주었지
그동안 나를 위해 울어줄 시간마저도 없어서
가슴에 물이 찬 것이라고 다독다독
출렁이다 넘쳐서 범람할 거라고
악을 쓰며 바다로 가겠다고 하자
너는 바다 속에서 눈물이 된 그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들이 너무 많이 울어서 바다는 자꾸 넘치는 거야
네가 영롱하게 넘치는 술 한 잔을 건네며
이제 그만 바다로 간 새끼는 놓아주자고 말했을 때
술맛이 쓴 것이 아니라 짜다는 걸 알았네
그렇게 찰랑대며 바다를 마시며 놀았지
지는 해가 기우뚱 내 안에 빠져들 때까지
발갛게 놀았지
내 진실한 벗 나와
두 손을 마주 잡고 쓰다듬으며
세상에서 더없이 따뜻한 사랑을 나누었네.
- 「종일 나랑 놀았다」 전문
너를 먹어야 내가 산다
아비는 어미를 먹고
어미는 아이를 먹고
아이는 조기 눈알
맛있게 빨고는 입맛을 다신다
하얗게 이승을 버린 쌀눈들이
순교자처럼 제단에 오르고
식탁 위의 세상에 고요히 먹힌다
씨눈의 살들을 맛있게 먹으며
살아 있는 것들은 죽어가고
죽어간 것들은
영혼도 없이 빛이 된다
내가 먹은 수천의 생명
나를 먹은 세상의 입들이
천연덕스럽게 모여
다정한 밥상 풍경이 된다.
-「즐거운 식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