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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906066
· 쪽수 : 126쪽
· 출판일 : 2021-12-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생명과 나
아재비들
가이아의 절규
꽃밭을 매다가
살림의 밥상
술래야 술래야
엄마의 증거
인류족 안녕하실까
제비꽃 봄
코로나 우울
호모코로나쿠스
할미꽃 지고
녹색동지 권혜반에게
제2부
우리의 나
기억, 시원석 앞에서
4.19 아침
등대, 타오르지 않아도
맞춤늬우스
모든 삶은 척이다
바구미 소탕 작전
백두산 아리랑
삼인성호
열사 오성원
우리의 독립운동
유월, 푸르러 더 섧다
이천 이십 년 광복절에
지지 않는 꽃
태극기가 무섭다
하늘이 외치고 땅이 울었던 죽음
우리아기 죄명은 통비분자
제3부
나의 나
봄밤
묵언 수행
밥은 먹고 사나?
불면
산수국
살아있다는 것
손목터널 증후군
징검다리
촛불 꺼지기 전에
칠월, 옥수수 익는 밤
침대를 사다
하왕산 억새 숲에 지다
하행선 노상매장에 앉아
홍시
제4부
너의 나
겨울들녁
가을밥상
그래도 봄날
너의 둥지
눈 내리는 저녁
별 둘 너 둘
석류 세 알
농부와 시인
어떤 대화
어머니의 노래
엄마의 여름
인생등급표
입동
엄마 발자국
있다 치는 거
후들거림
위로
경운기 드라이버
에필로그
내 안에 항상 거기 있던 너
저자소개
책속에서
술래야 술래야
임신 중인 딸과 어린 손녀를 숨겨야 한다.
술래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술래의 마을로 떠났다 돌아오는 날은
내 숨 속에 숨어있지는 않았는지 보름을 또 숨어서
술래야 술래야 너 거기 없지?
천식을 앓는 엄마는
기침에 자지러지면서도 병원을 못 간다.
술래가 숨 속으로 찾아들어 폐 속을 뒤진 단다.
밭을 매며, 밥을 하며 숨을 죽이다가
참느라 더 자지러진 천식을 달래러
맏딸은 들로 갔다.
곰보배추 얽은 잎의 눈을 가리고 기침을 숨겼다.
임신한 딸 입덧의 젖은 멀미 안으로
항균제 산초기름을 밀어 넣자
마스크 속에 갇힌 입과 뱃속의 아기는
술래를 피해 숨기 시작했고
사람과 사람이
먹이와 먹이가
손과 손이
서로를 버리고 지구를 돈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던 술래에게
여지없이 붙들려 음압병실에 갇힌 사람들은
사선 위에 누워 가슴을 쥐어틀고
공포의 강에서 허우대다가 죽기도 살기도 하는데
36.5도를 사수하라
미국에서 용광로를 안고
작은 딸이 들어오고 있다.
― (「술래야 술래야」 전문)
지지않는 꽃
면소 서기 따라 길 나섰던 소녀
태풍 맞은 들꽃, 새벽 잃은 아침
폐우물 속에 버려진 영혼이었습니다.
꽃봉오리 영글다 만 가슴
짓이긴 오욕의 고통에
침략자는 깃발 아래 웃었고
조국은 외면했습니다.
어머니의 봄이었고,
아버지의 가을이었던
이 땅의 미래를 버렸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묻었습니다.
어머니가 죽고 딸들이 자라는 동안
청동의 세월 속에 묻어버린 상처 쓰다듬는
애달픈 부름 있어 가만히 걸어 나왔습니다.
여기 그 소녀가 있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어린 딸들이 걸어와
가만히 손잡고 묻습니다.
그날의 진실은 누구의 아픔이냐고,
광장을 지나는 발걸음, 깊은 골 산청의 하늘에
낮달이 답합니다.
여기 한 소녀 청동의 역사가 있습니다.
건너뛰지 못한 시간이 있습니다.
닦지 못한 거울이 있습니다.
― (「지지 않는 꽃」 전문)
산수국
종교의 정반대지점에서 내 말들은 밤새 떠돌아다니다가
새벽이면 말간 신의 언어로 돌아온다.
가슴에서 발화하지 못했던 말들의 껍질
뭉게뭉게 타올라도 연기도 없이
보랗게 보랗게 피어오르는 말들의 신음
청청한 고독의 언어
심장은 뛰되 피가 없고
노래는 부르되 소리가 없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저 안개
푸른 새벽이슬에 젖어 우나
당신이 던졌던 말들 얼마나 아팠으면
이토록 푸른 멍
미련 한 잎
― (「산수국」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