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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272037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1-08-20
책 소개
목차
제1부
여보세요 - 포노사피엔스/배롱나무/지구의 두 축/봄, 만다라/산제비나비 한 마리/홀황/두 아기/섬마섬마/천이遷移/고양이 탁발승 냐翁/시인과 농부?그와 그녀의 사랑법/가루다 뱃속에서/소피아 고무나무/사과가 아삭아삭/5월/침산리 사람들/봉산리 노래
제2부
우리는/박태기 꽃, 트랜스젠더 가수 H/포노사피엔스 사랑법/죽어도 좋아/봄이 간다/읽힌다/쥐약/조치원역에서/한 알의 모래를 보탠다/번제/이카루스의 항변/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코로나 19/신흥리 큰샘/오봉산 타령/첫사랑/시인과 농부 - 자연농법
제3부
아홉 거리에서 신랑이 바뀐 줄도 모르고/왕의 눈물, 세종시에 스미다/전월산 용천의 버드나무가 된 미르
저자소개
책속에서
봄, 나무는 손끝 가지까지 끌어 올린 수액으로
푸른 허공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한 잎 한 잎 꽃을 그린다.
후르르 다 지워버린다.
그 앞에서 어머니는 합장을 한다.
봄, 나무는 다시 초록 잎을 그리고
붉은 꽃을 그린다. 허공을 지운다.
천년 동안 반복되는 일상이다.
땅속에 머리를 박고 물구나무서서
모든 생각의 끝을 놓아버린 저 초록불!
―「봄, 만다라」 전문
붉노란 서쪽 하늘이
늙은 아기를 끌고 가는
보행기를 잡아당긴다, 슬슴슬금.
덜커덩, 지구의 어깨가 한 뼘
옆으로 더 기울어진다.
보행기 속 아기가
지구의 몸을 밟는다.
조물조물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어깨가 무거운 지구를
살금살금 풀어준다.
―「지구의 두 축」 전문
유난히 배를 좋아하신 아버지 49제 끝나는 날
배꽃 폭설이 내린다. 산제비나비 한 마리 난다.
이승에 남은 우리는 아버지 옷가지를 불속에 던진다.
산제비나비가 검은 날개 펄렁펄렁 손바닥 위에 앉는다.
커다란 산제비 나비 한 마리 청록비늘 반짝인다.
배 한 조각을 한참 동안 쭉쭉 빨아 먹는다.
커다란 산제비가 서쪽 하늘로 날아간다.
배꽃 폭설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한 점 날개 소리도 없이, 한 점 미풍도 없이
산제비 한 마리가 배꽃 속으로 스며든다.
―「산제비나비 한 마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