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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88966395392
· 쪽수 : 383쪽
· 출판일 : 2012-02-17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는 과연 옛날과는 다르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아.”
절로 한숨이 터졌다. 문득, 류서락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손목시곌 보니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다. 보고는 싶은데 시간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시간에, 아무 사연도 없이 만날 수 있을 만큼 기꺼운 사이가 아니었다. 벌컥벌컥 생각은 나는데, 이유 없이 불러내는 것은 안 되는 사이였다. 그 사실에 또 속이 상해 울음이 났다.
내 고민은 유치하고 졸렬하고 한없이 이기적이다.
살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 수많은 감정을 나눴다 해도 품었던 그 감정들까지 전부 같지는 않다. 누군가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누군가에겐 한없이 매서웠을 터였다. 그리고 기왕이면, 나는 그에게 사랑스러웠던 연인이고 싶었다.
그때의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했음에도 늘 허기가 진 듯 부족하고 또 부족했다. 그냥 끊임없이 욕심이 났다. 누가 그를 쳐다보는 것조차 싫었고 그와 내가 같은 학년이 아니라는 것도 싫었다. 뭐가 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사에 안절부절못했었다.
그가 내게 눈을 맞추고, 나밖에 마음에 두지 않았다 속삭이던 순간까지도.
모든 건 그대로인데 정작 류서락은 없다. 그의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되어 가는 것에 슬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피했다. 눈에 담으면 욕심이 날 것 같아서. 하나하나 초조하게 신경을 쓰고 아픈 내가 싫어서.
더 이상 나만 상처받긴 싫었다.
분명 마음이 시린데도, 나는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말하곤 했다. 배수구처럼 냄새나고 오물이 되어 엉켜진 쓰레기마냥 썩어가도 괜찮다. 아직까지 나는 괜찮다. 그걸 입에 달고 살았다.
사랑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알아가야 할 것도 많았던 나. 그중에 제일 급한 것이 자신을 삭히고 다스리는 일일 터인데 그게 영 되질 않았다. 아직도 나는 모자라고 부족하기만 하다. 긴 시간을 돌아 온 사람과 스스로의 가슴을 한없이 할퀸다. 예전에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의심인데 지금은 끝이 없어졌다. 한번 시작하면 끝 간 데 없이 불어나는 게 의심이라더니, 예전 그 음악실에서 시작됐던 의심은 아직까지도 날 좀먹고 있었다. 온전히 내 편인 줄 알았던 사람인데 사실은 아니었다는 배신감까지.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때 류서락의 행동은 영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그때 티끌만 한 여유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매번 내 안의 여유를 발견치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그날의 나는 어땠던가. 내 이름을 부르며 어떻게든 날 붙잡으려던 류서락의 절망적인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의 류서락과 지금의 류서락은 무엇이 다를까?
「보고 싶었다.」
「찬아.」
「좋아한다.」
「찬아.」
「영찬아.」
심장이 뛰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