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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6478835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1권
시작하는 이야기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2권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19장.
20장.
21장.
22장.
23장.
혜 치백의 미망(未忘)
숨겨진 이야기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금 질투하는 건가?”
“질투라니요? 그런 흰소리나 할 생각이면 저리 비켜요.”
몸을 돌려 떠나려는 파사를 이리하가 재빨리 붙잡았다. 뿌리치려는 그녀의 팔을 단단히 움켜쥔 그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원하는 여자는 단 하나뿐이고, 난 그녀가 아니면 누구도 필요 없어. 내가 너 외에 다른 여자의 손길을 참을 것 같나?”
그의 긴 눈매가 둥근 선을 그리며 휘어진다고 생각한 순간 따뜻한 것이 입술에 닿았다.
파사의 숨이 멎었다.
거칠고 딱딱할 거라 생각했는데 마주 닿은 입술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고작 입술이 닿는 것뿐인데도 온몸이 결박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살며시 누르는 입술은 애틋할 만큼 다정했다. 조심스레 그녀의 입술을 머금은 이리하의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일까.
두근.
갑자기 귓가에 심장소리가 울렸다.
입맞춤은 생각했던 것처럼 역겹거나 끔찍하지 않았다. 강제적인 몇 번의 경험으로 참을 수 없는 통증만 유발하던 그 행위가 지금은 묘한 울렁거림과 생소한 떨림을 가져왔다.
맞닿은 입술이 뜨거워서 자신이 그대로 녹아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우면서도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감정이 고스란히 흘러드는 것 같은 입맞춤이었다. 감정 따위 읽지 않아도 상대가 얼마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나를 사랑해.”
“뭐라고요?”
“이제부터 날 사랑하라고.”
이리하는 똑바로 그녀와 눈을 맞추며 천천히 되뇌었다.
“대신 날 네게 주지. 내 마음과 목숨, 혼까지도. 네가 원하면 무어라도 주겠다.”
그녀는 사랑을 할 수 없다.
누구도 그녀에게 사랑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몸만을 원할 뿐이다.
하사신 황자조차 그녀의 사랑을 기대하진 않았다.
“……난.”
목이 바짝 말라버린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말을 잇지 못하는 파사를 바라보며 이리하가 다시 한 번 웃었다.
“괜찮아. 얼마든지, 평생이라도 기다려줄 테니까. 그러니 언제든 내게 오기만 하면 돼.”
어처구니없는 말을 달콤한 밀어처럼 들리게 만드는 이상한 사람. 분명히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아는데도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파사는 떨리는 손끝을 힘주어 움켜쥐었다.
이건 진짜가 아니다. 그녀는 연혼 외에는 사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감정이 말라버린 그녀는 자신의 연혼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직은 괜찮다. 그저 그의 마음을 얻는 이 작은 유희에 지나치게 열중해버린 것뿐이니까.
하지만 사랑하라고 억지를 쓰는 이 사내가, 뇌물 대신 자신을 주겠다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