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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0777
· 쪽수 : 141쪽
· 출판일 : 2017-05-2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_5
제1부
빈칸 12
묵화를 그리며 14
물이 끓는 시간 16
촉觸 18
점핀 20
하늘 아침 22
투병 24
하얀 도화지의 소리 26
산동네 골목 안 오케스트라 28
맨홀 속 물소리 30
벙어리장갑 32
얼굴 34
돌아가는 길 36
흰지팡이 38
비 갠 후 40
제2부
까치밥 44
의자 46
곶감 48
입동 무렵 50
베란다 밖에는 지금 52
보름달 54
사랑 55
금몽암 해우소 56
하산 58
겨울나무 한 권 60
알 62
옆구리 64
문제 66
가시 67
제3부
보편적인 기도 70
빈집 72
순장 74
촛불 76
부릉회 78
몰락하는 바다 80
목련꽃 뉴스 82
베란다 화초 84
웅덩이 86
이름 없는 뼈 88
아내의 입덧 90
따뜻한 흙 92
바람의 발자국 94
문필봉 출사표 96
제4부
감자 100
홍역 102
눈빛 104
소꼬리 106
다람쥐의 손 108
만트라 110
별떡 112
소주 반병 114
산 108번지 116
옆집 118
완전한 아침 120
아픈 사랑 122
발문
어둠보다 선명한 것이 없을 이에게 | 문동만 123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을 뜨고는 알 수 없는 말
단연코 들을 수 없는 말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화면 낭독 프로그램 이야기다
꺼진 모니터에 펼쳐진 텍스트
검은 여백이 내어준
활자와 활자 사이
행과 행 사이
두 눈을 크게 떠도
아무리 두 눈을 부릅떠도
아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캄캄한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빈칸 혹은, 빈 줄이라는 말
비어 있어서 명백히
비어 있지 않다는 드넓은 소리
밤하늘에 빛나는 시공의 소리
언제나 꽉 찬 공명
먹먹하게 환한
저 빈칸 혹은, 빈 줄이라는 말
―「빈칸」 전문
틈이란 틈을 다 비집고 날아오르는
커피포트 속 물소리처럼
모든 날갯짓은 다 뜨거운 걸까
시력을 잃고 엎질러진 물처럼
내 생이 밑바닥 밑바닥으로 스미는 동안
오래전 몸속에서 식은 시간이 끓어오른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하늘과 땅 사이
그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불고
투명한 벽은 점점 더 두께를 키웠을까
뜨겁고 서늘함이 한바탕 뒤엉키며
고인 시간이 비등점에 이를 즈음
커다란 날개 한 쌍이 활짝 펴진다
적절한 온도의 바람이 불고
모든 틈이 사라진 여기가 바로
내가 간절히 원한 절정
그러나 지금은 잠시
펼쳐진 날개를 접어야 할 때
괜찮다 커피포트의 전원을 끄고
한껏 벌어진 생각을 메우듯
스물네 시간 쉬지 않을 내 몸에 전원을 켠다
―「물이 끓는 시간」 전문
혀를 태우고 있다
단단한 껍질이 에워싼
말들이 녹고 있다
소리 없이 소리 없이
최후의 발바닥까지
녹아내리고 있다 타오르고 있다
시퍼런 말들의 춤이
빛나는 노래가 되어
캄캄한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뜨거운 한마디가
커다란 불새의 날갯짓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출렁이고 있다
몸속 깊이 뿌리박힌
말들의 심지가
일제히 불꽃을 쏘아 올리고 있다
―「촛불」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