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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262292
· 쪽수 : 112쪽
책 소개
목차
1부 기쁘게 외로워져야겠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맛있는 악수
3월
음각
실면증
자가면역결핍증
자화상
빗방울 점자
소란
면-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화면 속 이야기
송화
코스모스
조락
이름 없는 꽃
2부 막 개봉된 아침
민
등잔
그들의 하늘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승화원에서
참신
구월동 모래내시장
오래된 골목
조등
싸락비
푸른 나뭇잎
주먹
당신의 허벅지
절정
3부 긴 어둠을 삼키고 삭혀
살구나무 선산에 살구
봄이 오는 소리
강
저녁놀
딱딱한 소리
방석
대보름달
목침
대숲
댓거리
밥상
문자메시지 한 통
왕곱빼기 짜장면집
성년식
성혼식
4부 빛이 오면 어둠이 머물렀던 자리를
빛에게 내어주듯
나무숟가락
부석사 뒤란
입춘
스미다
춤
베췌증후군
광부
섬
국지성 호우
롤러코스터
녹차나무 한 그루
소나기
수목장
보성고사우르스
해설
우리의 이름을 만지는 꽃잎들은 모두
눈부신 어둠에서 왔다
- 김학중(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순식간에 내 안으로 스며들어 와
어둠을 밝혀 준 당신
나는 행여나 당신이 떠날까 봐
긴 시간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나
당신은 굳게 닫힌 시건을 풀고
행선 모를 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허공만 더듬는 오늘 아침 문득
서로 어루만져 온 희로애락의 문양이
손끝마다 새겨진 등고선 같아서
높은 산, 바람이 소용돌이를 치듯
내 몸을 통째로 흔든다
시리고 뜨겁고 크고 작고 가볍고 무거운 바람
저 숱한 바람은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듯
시력이 없는 내 눈앞에서도 멀쩡히 불고
사방이 막힌 공허에도 당신이
거푸 분다 뜨겁게 분다
끌어안은 심장, 언어의 마음, 그리고 나부끼는 머리칼
차분한 눈길, 손목, 그 체온, 부드러운 목소리
해맑은 표정, 발목, 하얀 목덜미, 달콤한 키스
이제야 온전히 알겠다 한 몸이란
시간이 엉켜 온 체위가 아니다
소리 소문 없이 내 몸을 빠져나간 당신이
산 너머 먹구름 속으로 스민다 해도
텅 비어 버린 내 몸속을 휘도는 바람은
분다 열 손가락 끝에 음각된 순간
내 안으로 불어닥친 그 환한 태풍은
─「음각」 전문
우르르 쾅쾅, 천둥 소리에
깜짝 놀라 떨어뜨린 점자책
책갈피마다 알알이 박힌
무수한 점자들이
와르르 쏟아진 걸까
으깨진 머리를 감싸 쥐며
방바닥을 뒹구는
점자들의 비명이 들려오고
땅바닥을 치는 빗방울 소리 따라
가빠 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반지하 방바닥을 더듬을 때
내 생각과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두두두두, 빗소리는
꽉 닫힌 창문을 자유로이 넘나들고
다시 펼친 책갈피마다
하얀 여백을 딛고 오뚝한
점자들의 목소리 들려온다
─「빗방울 점자」 부분
하루의 노동을 마친
비알밭에서
굽은 몸 일으켜
남은 힘을 다해
산등성이 너머
흰 구름 속으로
핏물을 수혈하는
엄마
─「저녁놀」 전문